[프랑스 '그라스 향수 체험' 여행] 香에 취했나...鄕에 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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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도시 칸이 오늘날 영화의 메카로 불리게 되었다면 이 도시에서 버스로 35분 남짓 떨어진 그라스는 향수의 메카쯤으로 불러도 좋을 듯 하다.
샤넬과 니나리찌를 비롯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향수 라인이 이 곳에서 탄생된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전통적인 향수 메이커인 프라고나르(Fragonard), 몰리나르(Molinard), 갈리마르(Galimard) 등의 본사겸 제조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아로마 관련 연수 과정과 조향사(調香師) 양성 기관이 개설되어 있기도 하다.
4만명이 조금 넘는 인구의 60% 이상이 향수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야 말로 마을 전체가 '향수의, 향수에 의한, 향수를 위한' 도시인 셈이다.
세계 향수 원액의 60~70%를 공급하고 1천5백여가지의 원액을 생산할 정도다.
이 곳 그라스가 지금의 향수 천국이 된 이유는 의외로 엉뚱하다.
도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당과 대주교 저택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된 것은 중세 즈음.
당시는 가죽을 세척하거나 무두질하고 세공하는 등 가죽 가공업이 번창했다.
이 마을 사람들의 솜씨는 주변의 스페인과 이탈리아에까지 익히 알려져 공업과 무역이 고루 발달했던 것.
하지만 가죽을 가공하는 동안의 특유의 역한 냄새는 장인들에게는 고통 그 자체였다.
지독한 가죽 냄새를 중화시키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향료.
점차 이 향료가 널리 쓰이게 된 만큼 직접 생산하는 일이 잦아졌다.
점차 조향 기술은 피혁 가공 기술과 함께 발달하기 시작했다.
1700년대에 들어서면서 피혁 공장에 속해 있던 조향사들이 하나 둘 독립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 때 독립한 조향사들은 나름의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고 그 후손들에게 면면히 이어져갔다.
몰리나르와 프라고나르는 1780년대 이후에 세워진 가장 오래된 향수 제조사이면서 당시 새로운 전통을 시작한 조향사들의 이름이기도 하다.
여전히 이 두 회사의 경영과 향의 관리 등은 가문에서 맡고 있다.
2세기동안 이어진 최고의 향기에 대한 사랑이 세계 제일의 명품을 탄생시키는 비결이었던 셈이다.
그라스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향수 브랜드가 몰리나르(Molinard)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이 가미된 전형적인 프로방스풍 저택의 외관.
향수 제조 공장이라기 보다는 그 향기를 맘껏 향유하고 있을 어느 부호의 별장을 먼저 연상시킨다.
이 곳의 조향사 셀린씨를 따라 들어간 몰리나르의 향수 제조 공장은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에 다름 아니다.
현대적인 설비를 이용해 원료에서 향을 추출해 내고는 있지만 한 편으로는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하는 작업에서는 오랜 방식을 마다 않기 때문.
뿐만 아니라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18세기 당시 사용하던 설비들을 여전히 전시해 놓고 있다.
놋쇠 재질의 증류기를 비롯해 알콜 배합기, 파라핀 집향판 등 박물관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는 것.
마치 현재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듯 증류기 앞에는 분홍빛 장미꽃 송이가 수북히 쌓여 있다.
제조실은 낯익은 철골 구조.
다름 아닌 에펠탑을 설계했던 구스타프 에펠이 이 공간을 꾸몄다는 셀린씨의 설명이다.
강철 건축을 즐겼던 그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향수를 만드는 과정은 무척이나 까다롭고 섬세하다.
제조과정에서 이용되는 설비나 추출된 향수액을 보관하는 용기는 모두 알루미늄 제질.
온도 변화에 따라 향은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탓에 최적의 온도에서 제조, 보관하기 위해서이다.
뿐만 아니라 향수의 원액이라 할 수 있는 에센스 1리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려 3톤이 넘는 꽃송이가 필요하다.
특히 자스민, 라벤더, 장미, 미모사 등 향수의 감초 격인 꽃들은 대부분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하는 실정.
그라스의 구릉이 거의 꽃밭이었고 향수의 훌륭한 원료가 되어 주었던 과거와는 달리 점점 꽃밭이 사라져 가는 탓도 있다.
지금까지 제조되었던 수많은 에센스와 독특한 외형의 향수병, 한껏 멋을 살렸지만 어딘지 촌스러운 옛 라벨 등을 전시해 놓기도 한다.
모든 제조과정의 견학을 마치면 숍에 이르게 된다.
몰리나르가 만든 '따끈따끈한' 향수와 비누, 각종 미용 제품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일종의 팩토리 아웃렛인 셈이다.
계절과 유행에 따라 출시되는 향수 라인에 맞춰 숍의 내부도 인테리어 된다.
몰리나르를 비롯한 그라스의 여러 향수 회사들은 향수의 본고장을 찾은 이들에게 직접 보고 느끼는 기회를 안겨줌으로써 자사의 브랜드와 그라스의 이름을 더욱 친숙하게 하는 셈이다.
[ Travel tips ]
그라스 가는 길 =가장 가까운 공항은 니스의 꼬뜨다쥐르 국제공항.
현재 국내에서는 직항편이 없어 파리,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등을 경유해야 한다.
파리까지의 비행시간은 약 11시간 정도이고 니스까지는 국내선으로 1시간 40여분 걸린다.
니스에서는 버스를 이용해서 그라스로 들어 갈 수 있는데 1시간 10분정도 소요된다.
몰리나르 =GLB s.a.60, bd Victor Hugo-BP 9410-06131 Grasse Cedex France (33-(0)4-92-42-33-12)
문의=프랑스정부관광성 서울사무소(02-776-9142)
< 글 = 남기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