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는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채권자들이 3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예견하고 있던 일이 터진 것"이라며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번 일이 외자유치 협상과정에서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진로의 행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진로는 우선 외국계 채권자들의 돌연한 법정관리신청의 의도를 캐는 데 주력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세종의 고문 변호사를 통해 골드만삭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유와 배경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진로측은 이번 법정관리신청을 외자유치와 관련한 채권단 협의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외국 채권자들의 고도의 계산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외자 유치를 위해서는 채권단과 협의가 필수적인데 그 과정에서 기선을 제압,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진로는 지난달말에 1조6백억원의 외자를 외국 투자회사로부터 들여오기로 하는 기본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채권단 협의에 들어간 상태다. 진로의 김영진 상무는 "협상 초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외국계 채권자들의 의도가 반영된 법정관리 신청"이라며 "진로를 법정관리로 빠뜨리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외자유치에 성공하려면 채권단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상당한 규모의 채권을 가진 골드만삭스 등이 방해할 경우 외자유치가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이번 법정관리 신청은 골드만삭스 등이 가능한 한 많은 이익을 따내려는 수순 이외의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김 상무의 주장과 달리 사태가 예상외로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국계 채권자들이 기존 진로 대주주를 배제하기 위해 법정관리로 돌리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외국 채권자들이 법정관리로 돌릴 만큼 많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현재의 화의는 법정관리로 1백80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채권자는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있도록 돼 있고 골드만삭스 등은 진로의 향배를 좌지우지할 만큼 많은 채권을 외환위기 당시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비밀리에 인수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일 이같은 시나리오에 따라 골드만삭스가 움직이고 있다면 법정관리를 통해 기존 주주의 주식을 소각한 뒤 제3자에게 매각하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 등은 가능한 한 높은 수익률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공격적 움직임은 이날 낸 법정관리신청서에서도 드러났다. 골드만삭스의 아시아법인인 세나 인베스트먼츠 명의로 제출된 신청서에는 "진로가 지난달 31일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데도 불이행했다"며 "이에 따라 다른 채권자들과 논의를 거쳐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나 인베스트먼츠측은 "지난 5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했는데도 지난달 상환하지 못했다"면서 "진로에 대해 신뢰성과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법원은 이 신청에 대해 1주일내에 재산보전 결정을 내린 뒤 법정관리의 타당성을 조사하게 된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