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은 단순히 '불안'의 정도를 넘어 '위기'의 상황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작년 하반기 가계대출 연체에서 시작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은 이후 카드채 문제, 은행 외화유동성 문제까지 겹쳐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불안요인을 긴급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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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차입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은행들이 신디케이션(공모) 방식의 중.장기 차입을 아예 포기하고 있다.


은행들은 평소 '안면이 있는' 외국계은행에 사정을 해 겨우 자금을 조달하거나 3개월 미만의 단기차입으로 1년이상의 중장기 차입금을 갚고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 하루짜리 외화콜 차입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이 이달부터 오는 6월까지 3개월간 갚아야 할 외화차입금은 장.단기를 합쳐 총 6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은행권은 지난달에만 23억7천만달러를 상환하거나 연장한데 이어 이달 12억4천만달러, 5월 5억4천만달러, 6월 16억4천만달러를 갚아야 한다.


올 하반기에는 63억5천만달러의 중장기 차입금이 만기도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계 은행들이 신규대출과 만기연장을 기피하면서 단기외채 가산금리는 작년말보다 최고 0.4%포인트 높아졌다.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은행에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는 것은 북핵문제 SK사태 등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무디스가 이달 중순 실사를 통해 등급 자체를 떨어뜨릴 경우 가산금리가 더 오를 것이란 판단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달초부터 시작된 은행권의 외화수급 불안정이 현재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외국계 은행들이 크레디트 라인을 축소하고 있는데다 무디스의 실사도 다가오고 있어 외화유동성 관리에 초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김영린 팀장(외환분석팀)은 "최근 가산금리가 치솟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들이 미리 대비를 해왔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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