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제도 개편방안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새 정부가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으로 '지주회사'를 제시하면서 민·관에서 물밑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논의의 핵심은 '지주회사제를 어떻게 정비하느냐'다. 이를 놓고 시민단체들과 재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 '재벌' 총수들이 지주회사를 지배력 확장.유지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지주회사 설립.전환요건을 완화해야 지주회사가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의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일단 5월께 민.관 합동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구체적인 개정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이미 지주회사 설립계획을 발표해 놓은 농심그룹 등은 앞으로 지주회사 논의방향이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 정부, "지주회사제 제대로 고치고 문턱은 낮추겠다" 논의의 핵심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비율(공개기업은 30% 이상 등)과 △부채비율(1백% 이하)이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 "(재벌들이) 과거 폐해를 지주회사로 그대로 가져가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법요건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일단 지분율이나 부채비율 등은 현행 수준을 유지할 생각이다. 대신 △지주회사의 자금조달 방법 △계열사간 순환출자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자금 및 인력지원) 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투명하고 명확한 지분구조'가 지주회사의 장점으로 꼽히는데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이같은 장점을 살리기 힘들다는 것. 예컨대 현행 지주회사 규정은 자금조달에 별다른 규정이 없어 계열사에서 부당하게 자금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반면 지주회사 전환시 각종 유예기한을 현행보다 1∼2년 가량 더 늘려주는 쪽으로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동규 공정위 독점국장은 "손자회사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런 예외규정을 늘려주거나 증손자회사(완전금지)도 특별한 경우엔 허용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숨죽이는 재계 재계 일부에서는 "어떤 조직형태를 선택할지는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지주회사가 새 정부 지배구조 개선정책의 큰 틀이 될 것으로 보고 논의 향방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재계의 요구사항은 간단하다. 문턱을 더 낮춰 달라는 것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출자규제를 받지 않고 △구조조정이 용이해지며 △경영권 승계가 쉽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지주회사 지분을 뺏기면 전그룹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등 리스크도 적지 않다. 때문에 정부가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유도하려면 그만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논리다. 신종익 전경련 상무는 "지분율보다는 부채비율에 대한 요건을 완화시켜 주는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분율의 경우 공개회사는 30% 이상을 갖도록 돼 있는데 지주회사의 성격상 이보다 비율을 더 낮추면 지주회사로서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 따라서 지분율 유예기한(2년)의 3년 추가 연장이나 부채비율 충족요건(1백% 이하) 상향조정 또는 유예기간(1년) 연장 등을 지원요건으로 주문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