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것과 같은 원자폭탄에도 견딜수 있는 후세인 대통령의 지하벙커를 비롯해 광범위한 지하시설을 구축해 두고 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4월7일자)가 보도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가장 안전하고 호화로운 지하 벙커 단지 가운데 하나는 지난84년 7천만달러의 사업비를 들여 바그다드에 지어졌다. 이 벙커의 지상에 있는 '301영빈관'은 바닥면적이 3천700㎡에 달하며 튼튼한 강화 콘트리트로 건축됐다. 이 영빈관 지하에는 바닥 면적 1천400㎡에 14개의 방을 갖춘 벙커가 건설돼 있다. 9m가 넘는 깊이의 지하에 건축된 이 벙커는 최소한1.5m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여 히로시마 원폭과 같은 규모의 폭발에도 끄떡없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이 벙커 단지 건설을 감독한 독일인 볼프강 벤들러 씨는 이곳에는 최소한 두달간 지하생활을 견디기에 충분한 각종 보급품들이 비축돼 있으며 생화학 공격에 대처할 수 있는 환기시설도 완비돼 있다고 말했다. 벤들러씨는 지난해 9월 뉴스위크를 통해 보도된 `305 영빈관'이 걸프전의 포화속에서도 80년대 자신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의 모습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상태를유지하고 있는 것에 놀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시설이 지금도 후세인 대통령의 지하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301 영빈관'과 지하 벙커는 바그다드는 물론 현재 미ㆍ영 연합군과 이라크군이대치하고 있는 나자프와 카르발라, 후세인 대통령의 출신지 티크리트 인근의 사마라등 이라크 주요 도시 곳곳에 구축돼 있는 지하 네트워크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한 전직 미국 관리는 지적했다. 이 관리는 "30년전 베트콩을 추적하면서 우리가 겪었던 상황이 재연되지는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으나 뉴스위크는 베트남전 당시 미군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베트콩의 지하터널도 이라크의 지하 네트워크에 비하면 작고 원시적인 시설에 불과하다고평가했다. 이런 지하시설들은 실체가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 은닉처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에 유엔의 이라크 무기사찰단의 중점 감시대상이었고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는 미군의 집중적인 폭격을 받고 있다. 유엔 사찰단은 지하시설에 숨겨둔 대량살상무기의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찰단원들은 `301 영빈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재래식 폭탄이나 핵폭탄 공격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스프링 위에 지어진 지하벙커의 건축술에 탄복을금할 수 없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벤들러씨는 지난 91년 걸프전이 발발하기 직전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305 영빈관' 지하 벙커 단지의 설계도를 넘겨줬으나 미군이 공중폭격을 통해 이 벙커를 파괴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뉴스위크는 후세인 대통령이 숨어있는 이같은 지하 벙커를 벙커 버스터 폭탄으로도 파괴할 수 없다면 그를 잡는 유일한 방법은 미ㆍ영 동맹군 병력이 직접 지하의대형 출입문을 폭파시켜 가며 방마다 수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