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 정부가 가장 먼저 매듭지어야 할 문제는 한.미 관계 정립입니다.정치 경제 안보 등 모든 현안이 바로 한.미 관계 정상화에 달려있습니다.노대통령은 안정적인 한.미 관계 구축에 나서야 합니다." '중국발전 고위층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중인 박태준(76) 포스코 명예회장(前 국무총리)은 30일 상하이에서 기자를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현재 경제 불투명성 제거의 첫 단계가 한.미 관계 정상화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2-3년 안으로 바람직한 한.중국 협력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모든 제조업이 어려워 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상하이에서 무엇을 느꼈는가. "압도당했다. 내가 60살만 됐어도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상하이 푸둥(浦東)보다 먼저 강남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푸둥은 아시아 금융중심지로 발전하고 있지만 강남의 현실은 아득하다.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비전을 제시하고,이끌어 나가야 한다." -바람직한 중국 전략은. "중국의 성장에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자신감을 가져야한다. 중국에 줄 것은 과감히 주되,기술개발로 더 빨리 도망가야 한다. 국가적 차원의 종합적인 대 중국전략이 필요하다. 2-3년 안에 그것을 만들지 않으면 우리 제조업은 근본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저임금을 노리고 중국에 온 기업들은 분명히 실패할 것이다." -지금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문제로 국내 기업의 투명성이 큰 타격을 받고있다. 우리 기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30대 그룹의 경영은 유리알처럼 투명해야 한다. 기업이 투명하지 않고 어떻게 21세기의 전략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많이도 필요없다. 포스코와 같은 기업 20개만 있으면 우리나라는 '작지만 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을 평가해 달라. "노무현 대통령은 대단히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지혜롭게 각종 현안을 풀어나갈 것으로 믿는다. 그의 부패 척결 의지는 아주 좋은 것이다. 핀란드는 강력한 부정부패 근절정책으로 세계 최고 선진국이 되었다. 국민 기업 정부 모두가 부패척결에 나선 결과 노키아와 같은 세계 일류기업이 생겨난 것이다. 핀란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기업조사에 대한 정부의 '시기조절'방침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극단적으로 흐르면 좋지 않다.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대통령이 조절을 해야 한다." -최근 단행된 포스코의 경영진교체에 대한 입장은. "(이구택)사장이 회장이 된 것 이상 아무것도 없다. 포스코는 지금처럼 여전히 잘 될 것이다.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각에서는 유상부 전 회장의 사퇴에 대해 '외압'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것은 당신들이 판단하라.코멘트할 가치도 없다." -박 명예회장이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현 정권과 불편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불미스러운 일은 없다. 나는 당에 속한 것도 아니고 정치를 떠난 지 오래다." -일부에서 포스코에 대한 박 회장의 영향력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분명히 말하건대 그것은 영향력이 아니다. '애정'이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포스코는 내가 낳은 아이와 같다. 바닷물에 뛰어들어 잘못 박힌 돌을 빼내기도 했다. 그만큼 정성을 들여 낳은 자식이 바로 포스코다. 그 애정은 죽을 때까지 버릴 수 없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많은 게 변하고 있다. 변화속도가 너무 빠른것은 아닌가. "20-30대의 에너지가 폭발한 것은 참으로 긍정적인 것이다. 그러나 기성세대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젊은이들의 에너지와 기성세대들의 노련함이 결합되어야 한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