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2:34
수정2006.04.03 12:35
불황기엔 "구관이 명관"인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롯데제과를 비롯한 제과업체들이 장수상품을 알리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빠다코코낫 고소미 부라보콘 오징어땅콩 구구콘 등이 대표적이다.
한결같이 20년 이상 사랑 받아온 장수상품들이다.
롯데제과를 비롯한 제과업체들은 오래전에 시장에서 검증받은 복고풍 상품들을 밀고 있다.
신상품에 비해 위험부담이 적을 뿐 아니라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제품들은 제과업체들의 탈(脫)불황 선봉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록 제품은 오래된 것이지만 광고는 파격적이다.
감성적인 젊은 세대를 공략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소비자들은 어린 시절 추억이 어려있는 과자 광고가 옛날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보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롯데제과는 25년간 비스킷 시장을 이끌어온 효자상품 '빠다코코낫' 광고를 새로 내놓았다.
새 광고는 엄마가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빠다코코낫을 딸도 즐겨 먹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복고풍 화면으로 코믹하게 묘사하는 점이 돋보인다.
엄마(김자옥)와 여고생 딸이 학교 교정을 거닌다.
모녀의 발길은 매점으로 향한다.
매점 주인은 엄마를 보고 옛날을 생각한다.
"그 깻잎머리,맞지?"라고 외치는 매점 주인.
빠다코코낫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회수권을 냈던 엄마의 과거가 밝혀진다.
롯데의 또다른 장수상품인 '구구콘' 광고도 새로 나왔다.
광고 모델은 최근 떠오르는 그룹 '슈가도넛'.
멤버들은 구구콘을 든 채 한강 둔치를 질주한다.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로 빠르게.약간 촌스럽게 보이는 슈가도넛 멤버들의 모습이 풋풋하다.
동양제과도 최근 포장을 바꿔 새로 내놓은 비스킷 '고소미' 알리기에 나섰다.
광고는 실연당한 여인의 통쾌한 복수극을 그렸다.
광고 모델은 일본계 탤런트인 유민.
그녀의 약간 부정확한 한국말이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준다.
유민은 헤어진 남자친구를 생각하며 고소미를 먹고 있다.
유민이 남자친구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찢어버리자 다른 여자와 데이트 중이던 남자친구가 저만치 뒤로 날아가 버린다.
고소미를 먹을 때는 상상하는 것이 모두 이뤄진다는 것이 광고의 내용이다.
오리온프리토레이의 장수상품 '오징어땅콩'을 알리는 새 광고도 재미있다.
목과 팔에 기브스를 한 환자는 불편한 몸 때문에 오징어땅콩을 먹지 못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징어땅콩을 입에 넣어 보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이 환자는 똑같은 부위에 기브스를 한 여자 환자를 만나 서로에게 과자를 먹여준다.
해태제과도 베스트셀러 '부라보콘' 광고를 새롭게 제작했다.
새 광고는 남녀의 이별이란 소재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롯데가 '복고'를,오리온이 '코믹'을 광고의 코드로 내세워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부라보콘 광고 배경은 공항이다.
해외로 떠나는 연인을 보내야 하는 여인은 슬프다.
남자 앞을 가로막아도 보고 눈물도 지어보지만 어쩔 수 없다.
슬픈 여인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오랜 친구인 부라보콘뿐.
'슬픈 표정의 대가'로 불리는 영화배우 손예진이 여인 역을 맡았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