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시장에 수급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라크의 석유수출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늦은 2∼3개월 후에나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종족분쟁에 휩싸인 나이지리아의 원유생산도 40% 정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라크전쟁 발발 이후 하락추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27일(현지시간) 거래일 기준 7일 만에 다시 배럴당 30달러대로 올라섰다. ◆ 공급부족 해소 당분간 난망 =지난 2월 전세계 원유공급은 하루 7천9백40만배럴로 수요를 1백만배럴 정도 웃돌았다(국제에너지기구 추정). 하지만 유가는 이라크사태에 따른 향후 수급불안으로 한달 동안 11% 급등했다. 수급불안은 이라크전쟁이 시작되면서 현실로 나타났다. 하루 2백만배럴에 육박하는 이라크의 수출이 중단된데다 아프리카 최대산유국(하루 2백20만배럴)인 나이지리아의 공급물량도 80만배럴 이상 줄었다. 하절기 소비감소를 감안한다 해도 석유공급이 하루 평균 1백만배럴 정도 모자라는 셈이다. 미국의 석유재고량(2억7천4백만배럴.15∼21일 평균)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15% 가까이 줄어든 것도 수급불안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미국이 원유수입을 늘릴 경우 공급부족이 더 심화될 수 있다. ◆ 또다시 상승곡선 그릴 듯 =국제유가는 지난 10일 동안 이라크전 전황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5월물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에 '최후통첩'을 보낸 지난 17일 배럴당 34.93달러까지 치솟았으나, 불과 4일 만인 21일에는 22% 급락한 26.91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라크전쟁이 초단기에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지난 수개월 간 시장에 드리웠던 수급불안이 급속히 완화된 결과였다. 하지만 단기전 기대감이 점차 약해지고, 나이지리아사태까지 겹치면서 수급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WTI 5월물이 배럴당 1.74달러(6.1%) 급등하며 30.37달러까지 치솟은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웃도는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