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awesome) 애니카.' 세이프웨이핑 2,3라운드 선두에 나섰던 애니카 소렌스탐을 두고 외신이 표현한 말이다. '충격과 공포'라는 작전명이 붙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빗댄 것이다. 미국 LPGA투어 39년 만의 '한 해 11승',여자프로로는 유일무이한 18홀 59타,5월 PGA투어 출전 등으로 관심을 끌어온 소렌스탐이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 9개를 잡으며 2타차 단독 선두가 되자 그녀의 우승은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한 술 더 떠 그녀의 전 코치는 3라운드 직후 "소렌스탐이 PGA투어 도전을 넘어 새 지평을 연다"고 말했다. '비전 54'로 명명된 이 계획은 한 라운드를 퍼펙트하게 마치는 것으로 18홀 전체에서 버디를 잡아 54타를 기록한다는 목표였다. 실제 3라운드 1,2번홀에서 소렌스탐이 버디 행진을 벌이자 동반자인 캐리 웹은 캐디에게 "3번홀에서도 버디가 나오면 소렌스탐은 54타를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렌스탐은 3m 버디 퍼트를 놓치며 3라운드를 65타로 마쳤다. 최종일에는 2타 리드를 안고 있었음에도 박세리 박지은 등 한국선수들의 추격에 부담을 느꼈는지 1언더파를 치는 데 그쳤다. 3백야드에 육박하는 드라이버샷,파4홀 세컨드샷 클럽으로 웨지보다 긴 것을 잡아보지 않았다는 그녀에게서 상상하기 어려운 스코어다. 소렌스탐은 결국 3위에 머물렀지만 '비전 54'에서 풍기는 '느낌'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PGA투어 프로들도 '18홀 59타'를 지상 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여자골퍼가 야구의 퍼펙트 게임에 비유되는 '퍼펙트 라운드'(18홀 18언더파)를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