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연합군이 이라크 유전지대를 신속하게 장악하고 있다. 공격개시 4일만인 23일 이라크 유전지대의 약 70%를 확보, 유전 파괴에 대한 우려없이 바그다드를 향해 쾌속 진군을 할수 있게 됐다. 지난번 걸프전과 달리 공습 하루만에 지상군이 전격 투입된 것도 유전을 손상없이 확보해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 였다. 국제 유가는 신속한 이라크 유전 장악에 힘입어 급속히 안정되고 있다.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경우 전쟁 개시후 5달러(15%) 이상 급락해 배럴당 26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 핵심 유전지대 연합군 수중으로 미 NBC방송은 미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 연합군이 4백여개의 유정들이 집중돼 있는 루메일라 유전을 중심으로 한 남부유전지대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남부 유전은 이라크 전체 산유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장 핵심적인 유전지대다. 특히 이 지역의 유정방화 규모는 당초 알려진 30곳보다 훨씬 적은 7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대규모 유전 파괴 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연합군은 북부의 최대 유전인 키르쿠크 유전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이클 보이스 영국 합참의장은 "연합군 해병대가 유전지대로 순조롭게 진격하고 있으며 석유시설들을 손상되지 않은채 고스란히 장악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에는 총 1천6백개의 유정(oil well)에 15개의 유전(oil field)이 있다. 유정중 대부분은 남동부 바스라항 인근의 루메일라 유전과 북동부의 키르쿠크 유전에 집중돼 있다. 이 두지역 유전에서 생산되는 하루 산유량은 약 1백50만배럴로 이라크 전체 산유량의 70%에 달한다. ◆ 급속히 안정되는 국제유가 국제유가는 미.영 연합군이 이라크의 유전시설을 대거 장악했다는 소식으로 급락, 지난주에 1991년 걸프전 개시 이후 최대의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 21일 뉴욕시장에서 WTI 5월물은 배럴당 1.21달러(4.3%) 급락한 26.91달러로 폐장, 7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종가는 4개월만의 최저치다. 중동산 두바이유도 배럴당 23.69달러로 지난 1주일새 5달러(18%) 떨어졌다. 골드만삭스증권의 시장분석가 피터 오펜하이머는 "단기전에 대한 기대감에다 이라크 유전도 큰 손상없이 확보되고 있어 유가가 급속히 안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초의 이같은 유가안정으로 '전후에는 배럴당 10달러대의 저유가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란의 메디 미르 모에지 석유차관은 "전쟁이 끝나고 여름이 다가오면 세계적인 석유수요 감소 등으로 유가가 배럴당 18~19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