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이라크戰 이후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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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대 관심사가 되는 것은 미국.이라크간 전쟁이 세계경제에 독(毒)이 될 것인가,아니면 약(藥)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전황이라면 이번 전쟁이 단기전에 그쳐 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앞으로 세계경제에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경제시스템상의 새로운 변화가 주목된다.
9·11테러 이후 이라크 전쟁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각국의 경제정책과 기업활동,국민들의 일상생활 등은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한마디로 미국경제는 '전시체제'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미국을 제외한 여타 국가들의 경제체제도 이같은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만큼 미국경제의 위상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화 추세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업시스템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줄 것으로 보인다.
9·11테러 이후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은 신용등급 평가시 백업시스템 확보여부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았다.
개별 국가차원에서도 전쟁 등에 따라 경제시스템이 붕괴될 경우 우려되는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백업시스템을 구축하기에 부단히 노력해 왔다.
앞으로는 테러나 전쟁 같은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경제시스템의 백업시스템을 갖춰 놓는 일은 계속해서 국가 혹은 민간과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각국간 경제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냉전종식 이후 국제관계는 각국의 경제적 이익이 중시되는 경제이기주의가 지속돼 왔다.
그 과정에서 각국간의 마찰이 증대되고 환경오염,AIDS,빈곤문제 등 세계적인 현안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개도국과 비정부기구(NGO)를 중심으로 선진국에 대항하는 반세계화 물결이 거세졌다.
다행히 9·11사태를 계기로 테러와 세계경기 동반침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각국간 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경기와 금융시장 안정차원에서 각국간의 정책동조화 문제가 부각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정부의 역할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정부가 경제에 돨 수 있는한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작은 정부론(Small government)'에서 이제 테러나 전쟁 같은 국가비상사태를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큰 정부론(Big government)'이 힘을 얻어 갈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경제정책의 구심점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론적으로 작은 정부론에 부합되는 경제정책은 통화정책인 반면 큰 정부론에 맞는 정책은 재정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에는 세계 각국들이 다소의 인플레 부담을 안더라도 성장을 중시하는 이른바 '리플레이션(reflation)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은 우리 정책당국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미국을 포함한 각국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이번 전쟁의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9·11테러 직후 미국에서는 정부의 경기대책과 함께 애국소비운동이 전개됐다.
또한 애국심이 고조됐다. 이번 전쟁 이후에도 이런 현상은 오랫동안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행태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높은 연봉을 중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취업의 최우선 덕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친족에 대한 연대감 강화도 이번 전쟁 이후 일상생활의 커다란 변화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결국 이번 전쟁 이후 세계경제의 많은 변화들이 21세기 세계경제질서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낼 것인가는 앞으로 한동안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