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1991년 3년 연속 단일차종 판매 1위,2001년 1위,2002년 2위..." 일본 혼다자동차의 간판주자인 중형승용차 "어코드"가 미국 시장에서 거둔 화려한 성적표다. 그런 혼다가 25일 한국에 상륙한다. 지난해 상반기 설립한 혼다모터사이클코리아를 "혼다코리아"로 공식출범시켜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힘찬 시동을 건다. 2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국 현지법인 출범식을 갖는 혼다코리아의 관계자는 "출범후엔 영업인력 등을 확충하고 딜러체제를 구축,판매망과 AS망을 확보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 판매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혼다의 한국진출 소식에 국내외 자동차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대 관심은 일본차업계의 첨병으로 도요타자동차가 닦아놓은 길위에 혼다가 어떤 차종으로 승부를 거느냐다. 도요타는 2001년 독립브랜드인 렉서스를 한국에 상륙시킨 이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터다. 진출 첫해에 8백41대를 판매하는데 불과했지만 지난해 2천9백68대를 판매,단숨에 한국 수입차시장 2위로 급상승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일제차"의 이미지를 뚜렷이 각인시킨 것이다. 한국에 들여온 렉서스 6개 모델 가운데 "ES300"은 지난해 1천8백55대가 판매돼 단일차종으로 1위를 기록했다. 혼다가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혼다가 제시할 카드는 무엇일까. 혼다의 진용은 도요타에 뒤지지 않을만큼 쟁쟁하다. 소형차인 "시빅",중형 승용차인 "어코드",대형 럭셔리카인 "아큐라",SUV인 "CR-V"의 명성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어코드는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 탄탄하게 검증받은 모델로 한국에 선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다. 미국에서 36만2천대,90년 41만7천대,91년 39만9천대가 팔려 1위를 기록했으며 2001년에도 41만4천대를 판매해 선두를 탈환했다. 지난해는 39만8천대가 팔려 43만4천대를 판매한 도요타 캠리에 이어 2위로 밀렸으나 결코 식지 않는 인기다. 미국의 한 보험업체가 북미지역 차량도난 실태를 조사한 결과 94년식 어코드는 도난피해가 가장 많은 차종중 하나로 꼽혔을 정도다. 어코드는 배기량이 2천3백54~2천9백97cc로 폭스바겐 제타,포드 토러스,크라이슬러 세브링 등이 동급이다. 국내 차중엔 현대차의 그랜저XG급이다. 수입차업계에서는 혼다코리아가 어코드를 들여올 경우 3천~4천만원에서 대당 판매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BMW,메르세데스-벤츠,렉서스,아우디 모델들보다는 아래 수준이고 기아가 최근 선보인 대형 고급세단 오피러스와 현대 그랜저XG의 중간급이다. 아큐라는 렉서스급이다. 혼다의 미국 현지법인인 혼다아메리카가 1986년 내놓은 모델이다. 옛 대우자동차가 94년 출시했던 "아카디아"는 아큐라의 "레전드" 모델을 들여온 것이다. CR-V는 미국과 일본에서 한창 인기를 모으고 있는 SUV. 도요타가 최근 한국에 선보인 RX330 모델보다 가격수준이 낮으나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혼다코리아 관계자가 "어코드와 CR-V를 함께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명성 때문이다. 혼다는 유럽이나 미국 자동차업체보다 10년 늦게 중국에 진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코드를 주력차종으로 삼고 현지사정에 가장 적합한 마케팅과 서비스를 적용해 현재 중국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동차메이커로 부상했다. 역시 후발주자로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혼다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