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축'을 제거하기 위한 '정의의 전쟁'인가,석유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사악한 전쟁'인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즈음해 전쟁 관련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여권에 이르는 책은 한결같이 미국이 이번 전쟁을 일으킨 숨은 의도는 '정의'가 아니라 '석유'에 있다고 폭로하면서 전쟁의 부당함을 지적한다. 이런 반전(反戰) 주장의 선봉은 '세계의 양심'으로 평가받는 석학 노암 촘스키(MIT대 교수)와 하워드 진(보스턴대 명예교수).이들은 지난달 산해와 이후에서 '전쟁에 반대한다'라는 이름으로 각각 번역 출간된 두 책을 통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부당함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촘스키는 '부시의 불장난을 막아야 하는 10가지 이유'라는 부제를 단 그의 책에서 미국이 주장하는 전쟁의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이라크는 화학무기를 소유하거나 테러행위에 개입한 증거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무기사찰단의 활동을 방해했다는 것.그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북막스) '불량국가:미국의 세계 지배와 힘의 논리'(두레) 등에서도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했었다. 하워드 진은 그의 책에서 2차 대전부터 리비아,베트남,코소보와 유고슬라비아,이라크 전쟁까지 미국이 개입하고 일으킨 전쟁들을 성찰하면서 반전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전쟁을 기획하는 이들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방공호를 찾아 허둥거리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전쟁을 바라보라고 강조한다. '전쟁과 학살,부끄러운 미국'(월간 말)도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벌인 전쟁의 실상과 폐해를 고발한다. 영토 확장 및 자원 확보를 위한 멕시코 스페인 쿠바 필리핀 등과의 전쟁,세계 질서 재편과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한국 및 베트남 전쟁,이란 리비아 이라크와의 석유자원 전쟁 등을 망라하면서 미국의 추악한 역사를 보여준다. 스웨덴의 저명 작가인 스벤 린드크비스트가 쓴 '폭격의 역사'(한겨레신문사)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이 저지른 폭격과 공습,전쟁의 이면에 있는 인종주의에 주목한다. 또 인도 출신의 작가 타리크 알리는 '근본주의의 충돌'(미토)에서 오늘날의 세계는 이슬람 근본주의와 시오니즘,미국의 제국주의적 근본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가 충돌하는 세계라고 규정한다. 전쟁을 주도한 부시 대통령을 집중 분석한 책도 있다. '행복한 부시,불행한 세계'는 유엔의 반대와 세계 각국의 반전 주장에도 아랑곳않고 이라크를 침공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인물됨과 성격을 파헤쳤고 '부시는 전쟁중'(따뜻한손)은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돌입하는 전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백악관이 벌이는 세계와의 파워게임,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기 위한 전쟁 시나리오,백악관 내부의 권력 암투 등이 소상하게 담겼다. 이에 비해 전쟁 및 군사무기 전문가인 유승식씨가 쓴 'D-day'(한국경제신문사)는 이번 이라크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구체적으로 예측한다. 저자가 예상하는 이번 전쟁의 시나리오는 스텔스기와 순항미사일에 의한 공습,방공망 제압,조기경보기와 제공전투기를 중심으로 한 제공권 장악 및 폭격,지상전을 위한 공중과 지상 합동작전,기갑차량과 보병들의 돌진 등으로 구성된다. 각 단계별로 투입되는 미국의 최첨단 무기도 상세히 설명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