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 이틀째인 21일 국제금융시장은 개전 첫날의 환호에서 한발 물러섰다. 시장은 일단 전쟁랠리를 멈추고,관망세로 돌아섰다. 주가와 유가 달러가치는 미세한 등락속에서 차분하게 움직였다. 그렇지만 세계 각국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시장혼란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환호에서 관망세로 돌아선 시장=21일 아시아 금융시장은 큰 변동없이 조용했다. 더욱이 아시아금융시장의 중심인 도쿄시장이 휴장(춘분절),긴박감은 훨씬 덜했다. 대만과 싱가포르 증시는 이날 소폭의 하락세(0.1~0.3%)로 문을 열었으나 홍콩과 뉴질랜드증시는 0.2%의 오름세로 개장해 국별로 등락이 엇갈렸다. 이같은 등락 상황이 장중내내 이어지면서 시장은 분명한 방향을 잡지 못했다. 한국증시는 그러나 전날에 이어 오름세를 지속, 1.2%의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날 뉴욕증시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다우와 나스닥지수가 모두 올랐으나 상승폭은 0.2~0.4%로 제한적이었다. 영국 독일 등 유럽증시는 떨어졌으나 낙폭 역시 0.5% 안팎에 그쳤다. 도이체프라이빗뱅킹의 투자책임자 톰 머핏은 "생명보험과 헤지펀드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탐색전을 벌이며 쉬어가는 하루를 보냈다"고 전했다. 외환시장도 차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엔·달러환율은 아시아시장에서 전날에 이어 달러당 1백20엔을 중심으로 소폭의 오르내림을 거듭했다. 원·달러환율도 서울시장에서 1,250원을 중심으로 미미한 조정을 받았다. 개전을 가장 반겼던 석유시장도 일단 유가 하락세를 멈췄다. 20일 장외시장에서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 5월물은 전날보다 소폭 오른 배럴당 28.58달러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상승폭은 48센트로 전날의 낙폭(1.8달러)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당국=유럽중앙은행(ECB)은 전쟁이 시작된 20일 긴급회의를 열고 "언제라도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있다(stands ready to act)"는 성명을 발표했다. 주가급락 등 시장혼란 기미가 나타나면 즉각 금리를 내리겠다는 선언이었다. 일본은행은 이날 1조엔(83억달러)을 투입,은행들로부터 국채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국채매입을 통해 시장에 자금공급을 확대,증시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국제석유수출국기구(OPEC)도 개전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회원국들이 정해진 쿼터에 상관없이 능력껏 산유량을 늘려도 좋다"고 말했다. 스펜서 애브라함 미 에너지장관은 "세계석유 수급상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필요하다면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이정훈.안재석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