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에 이은 SK글로벌의 대형 분식회계 파문으로 국가신인도 추락 위기에 몰렸던 한국이 무디스의 '현 신용등급(A3) 유지' 결정으로 한 고비를 넘겼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지난 13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키로 결정한 데는 청와대·재정경제부·국방부 등 정부기관의 긴밀한 '팀워크'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평가위원회가 이번주 초 열릴 것이라는 정보를 정부(재경부)가 입수한 것은 지난주 중반 무렵.권태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이 사실을 지난 6일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에게 보고했고,김 부총리는 이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다시 보고해 "최고의 정예팀을 구성해 미국으로 즉각 파견하라"는 재가를 받았다. 외교통상부 차관 출신으로 미국 내 인맥이 폭넓은 반기문 대통령 외교보좌관과 손꼽히는 군사전략 기획통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육군 중장),국제금융통인 권 국장 등이 방문단으로 선발됐다. 대표단은 미국으로 건너가자마자 지난 10일 오전 뉴욕 맨해튼에 있는 무디스 본사를 방문했다. 이날 회동에는 무디스측에서 9명의 평가위원 중 8명이 참석했고 홍콩 주재 아시아지역 담당자까지 화상대화 방식으로 참여했다. 한국측에서는 미리 군복을 준비해간 차 실장이 별이 세 개 달린 군복 차림으로 회의장에 나타났다. 군의 최고위급 정보통이 국가신용등급 관련회의에 참석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던 데다,군복까지 입고 나타나자 무디스 관계자들은 모두 일어나 따뜻하게 맞아줬고 회의는 순조롭게 시작됐다. 반 보좌관과 차 실장은 보안이 유지돼야 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비밀 유지를 전제로 하나하나씩 설명해나갔다. 정부의 빠른 의사결정과 군복까지 챙겨간 방문단의 주도면밀한 준비에 힘입어 한국의 신용등급이 외환위기 이후 다시 강등될 뻔했던 위기를 일단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