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북동부의 거대한 사각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이집트는 백만 평방미터 이상의 면적에 펼쳐져 있다. 그러나 국토의 99% 이상이 불모의 사막지대여서 인구의 대부분이 전 국토의 3%에 해당되는 지역, 비옥한 나일강 계곡과 삼각주에 밀집해 있다. 서쪽으로 리비아, 남쪽으로 수단, 북쪽으로 지중해, 동쪽으로 홍해와 이스라엘에 접해 있는 이 고대문명국가로 들어가는 관문은 수도인 카이로이다. 길고 늘어지는 로브를 입은 사람들과 모던한 스타일의 사람들이 뒤섞여 마치 과거와 현대가 한 장소에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혼란스런 무질서 속에서도 여전히 신비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어 해마다 수만명의 여행자들이 이곳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신자들에게 기도 시간을 알리는 무에진(muezzin) 소리가 들려올 즈음이면 카이로에서의 하루가 시작됨을 알 수 있다. 이맘 때 이집트의 날씨는 하루 평균 기온이 지중해 연안에서는 섭씨 20도 정도, 아스완(Aswan)에서는 기분 좋은 섭씨 26도 정도여서 여행하기엔 좋은 때이다. 카이로는 1천년이 넘는 기간동안 이집트의 중심지였다. '나일의 축복'이라고 묘사되는 델타 지역의 한복판에 자리한 이 도시는 이집트적인 것의 양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곳이다. 왕조시대를 시작으로 고대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그후 아랍이 진입, 십자군이 쳐들어 왔는가 하면 오스만 터어키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도시의 모습은 완벽한 과거와 발전하는 현대가 기묘하게 뒤섞여 어떻게 보면 균형감각을 잃은 듯 보인다. 흙으로 만든 집과 현대적인 높은 빌딩, 값비싼 리무진과 당나귀가 끄는 수레를 동시에 볼 수 있고 이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공해에 얼굴이 찡그려질 정도이기도 하다. 인도나 중국처럼 정확한 인구 통계를 얻을 수는 없지만 대략 1200만 이상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카이로 관광루트는 명소들이 밀집한 사방 5km 내외로 압축될 수 있다.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과 타흐리르 광장이 있는 현재의 카이로 중심지인 신시가지. 그리고 다수의 모스크들이 늘어서 있는 이슬람지구가 그 동쪽으로 이어진다. 다시 신시가지에서 남쪽으로 3km 정도 이동하면 카이로의 발상지인 올드 카이로가 그곳이다. 그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이슬라믹 카이로(Islamic Cairo). 오래된 중세 지구로 다브 알-아흐마르(Darb al-Ahmar)에선 그런 느낌들이 더욱 확실해진다. 좁은 골목길, 진흙 벽돌집, 음식 행상, 염소, 낙타, 당나귀로 가득하다. 어디건 모스크와 사원이 있고 동물 냄새와 지저분한 냄새가 떠돈다. 가 볼만한 명소로는 이븐 툴룬(Ibn Tulun) 모스크를 들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모스크에 속하는 이곳은 9세기에 세워졌다. 위대한 이슬람 성인인 이맘 아쉬-샤피(Imam ash-Shafi'i)의 대영묘도 있다. 이 무덤은 이집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슬람식 무덤이다. 장대한 중세 요새인 성은 700년간 이집트 권력의 중심지로 각 지배계급의 거주지역이었다. 성 안에는 세 개의 모스크와 박물관이 몇 개 있다. 여행자들에게 인기있는 곳은 칸 카릴리 바자. 14세기말부터 형성된 이 거대한 시장은 이집트를 떠올리는 기념품들을 비롯, 금세공, 가죽, 수공예품, 보석점들이 즐비하다. 또 케밥이나 차를 파는 노점에서 식당까지 다양한 먹거리들도 맛볼 수 있다. 올드 카이로로 알려진 콥틱 카이로(Coptic Cairo)는 카이로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다. 이슬라믹 카이로보다 수백년 전에 건설된 곳이다. 세계 최초의 기독교 공동체중 하나가 위치했었다. 이곳의 콥틱 박물관에선 300년에서 1000년 사이 이집트의 기독교 시대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콥트 문화에 관한한 기념비적인 예술품과 문서, 프레스코화, 석조 제품, 나무 제품,청동 제품, 회화와 도기류 등 다양한 전시품들이 있다. 카이로에서 고대문명의 흔적들을 차분히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는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꼽을 수 있다. 2층의 아담한 규모이지만 100여개 이상의 전시실을 갖고 있다. 1층은 시대별로 전시가 되어 있고 2층엔 파피루스와 관 등이 종류별로 전시되어 있다. 통로에도 동상 등의 전시물이 도열하듯 늘어서 마치 소장품의 방대함을 과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1-2시간 정도면 중요 전시실을 중심으로 일반 코스를 돌아볼 수 있다.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미라실을 비롯, 고대 이집트 왕의 유물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들에 시선이 멈춘다. 미라는 여전히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유물이다. 람세스 2세를 중심으로 전부 10개 이상의 미라가 전시되어 있는데 유리상자 속에 있는 미라들이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히 습도와 조명을 관리하고 있다. [ Travel tips ] 찾아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이집트의 카이로까지는 중간에서 두바이를 경유하는 항공편이 마련되어 있다. 대한항공(02-2656-2000)의 경우, 매주 2회(월,금) 출발편이 있으며 인천에서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까지는 11시간, 두바이 체류시간은 1시간 30분, 다시 카이로까지는 3시간 50분으로 전부 16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기타 정보 =이집트 여행에 관한 일반정보는 이집트 관광청(02-795-0282/www.visitegypt.co.kr)에서 얻을 수 있다. < 글 = 이유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