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이번에는 공정위 조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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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달부터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6개 대기업 그룹에 대해 부당내부거래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앞으로 2년마다 한번꼴로 조사를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조사활동 계획을 사전에 예고한 것은 전례 없던 일로서 "예고 없이 조사하면 정치적인 배경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므로 해당기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대로 사전예고 자체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들을 일제히 조사하겠다는 이번 공정위 방침은 여러모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조사시기가 적절하지 않다.
공정거래정책은 경제정책이고 따라서 무엇보다도 거시경제 흐름에 맞아야 하는데,이번 조사계획이 과연 그러한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마당에 검찰조사에 이어 공정위까지 조사에 나서면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건 불을 보듯 분명하다.
새 정부의 재벌개혁 공세로 대기업들의 신용도가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파이낸셜 타임스 기사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대통령도 새정부 출범 직후 정부기관들이 기업에 대해 소나기식 사정활동을 벌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정위의 조사활동도 노 대통령이 언급한 범위에 해당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기업들의 부당내부거래가 갑자기 늘어났을리 만무한데도 불구하고,공정위가 새정부 출범 직후 향후 조사계획을 발표하며 요란을 떠는 것을 보면 그 저의를 의심받아 마땅하다.
부당내부거래 여부를 판단하는 공정위의 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한 것도 문제다.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SK그룹의 경우만 해도 비상장주식의 가치평가는 현행 세법규정에 따른 적법행위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구조조정을 위해 불가피한 지원 △분사기업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지원 등은 부당내부거래로 보지 않는다는 공정위 내부지침이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부당내부거래는 다른 기업과의 경쟁을 제한 또는 배제함으로써 실제로 특혜를 주고 받은 경우로만 엄격히 한정해야 옳다.
현재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조치에 대해 수십건의 소송이 걸려 있는데,최근 공정위측의 패소비율이 거의 절반 가까이 되는 걸 감안하면,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조치가 남발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어려운 시기에 공정위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면서까지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강행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