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6년 공식 출범한 신용보증기금(이사장 배영식)은 국내 중소기업사(史)와 맥을 같이 한다. 담보력이 약한 수많은 영세 중소기업들이 신보의 보증지원으로 중견 수출업체로 우뚝 서게 됐다. 지금까지 신보의 보증잔액은 총 2백37조4천여억원.보증지원을 받은 중소업체 수도 작년에 3백40여만개를 넘어섰다.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약 25%가 신보 보증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신보는 출범 이후 27년간 쌓아온 방대한 기업정보를 자사의 신용정보 시스템과 접목시키고 있다. 국내 최대의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S&P 무디스 등과 같은 신용평가기관으로 거듭나는 게 신보의 목표다. 신보가 갖고 있는 기업정보는 작년말 기준 약 1억건.신보는 자체 신용정보서비스인 "크레탑"을 통해 금융회사 공공기관 기업 등에게 24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크레탑의 루 평균 조회수는 5만건에 육박하고 있다. 신보는 IMF 직후 "특별보증"제도를 실시,외환위기 극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기업여신 축소에 나서자 "부동산담보부보증"을 시행해 우량기업들의 흑자도산을 막았다. 신보의 역할이 두드러진 것은 지난 2000년.기업 신용경색 현상이 뚜렷해지자 신보는 CBO(채권담보부증권)보증과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보증을 실시해 금융시장에 숨통을 틔웠다. 작년말까지 이 보증으로 모두 8조2백여억원을 지원했으며 1천6백여개 기업이 혜택을 받았다. 신보는 시대변화에 발맞춰 신개념 보증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2001년 전자상거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전자상거래 보증"을 시작했으며 올해초에는 KOTRA 기업은행 등과 함께 "수출인큐베이팅"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의 무역금융에 대해 최고 3억원까지 보증하는 수출촉진 정책의 일환이다. 신보는 작년 6월부터 "We Partner 2003"이란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제도 조직 인사 등 신보 내 모든 분야에서 과감한 개혁을 단행한다는 게 골자다. 캠페인의 첫 조치로 기업이 내는 신용보증료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회사의 수수료를 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또 보증업무 사전예약제를 도입,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하자마자 대기시간 없이 곧바로 일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신설되는 모든 영업점에선 팀장급을 비롯,모든 직원들이 은행 창구처럼 전진 배치됐다. 배영식 이사장은 "신보는 그동안 공기업으로서 시대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측면이 컸다"면서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국내 굴지의 신용정보 및 평가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