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소매 체인으로 주로 식료품 쪽이 전문인 네덜란드의 아홀드(Ahold) 그룹이 기업회계 부정으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고 최고 경영진이 곧 교체되는 등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엔론과 월드컴의 도산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잇단 기업회계부정 스캔들에 이어유럽에서 발생한 아홀드 사태는 소매업계 주식 전반이 주저앉는 등 증시에도 큰 파급 효과를 미쳤다. 아홀드 그룹은 24일 성명에서 지난 2001년 전체와 2002년 첫 3분기의 회계 실적이 5억유로(5억3천700만달러) 가량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지고 체스 반 데르 훼벤 최고경영자와 미카엘 뮈어스 재무책임자가 곧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새 경영진이 구성될 때까지 헨리 데 뤼터 감독이사회의장이 회사를 이끌 것으로 설명됐다. 성명은 그룹이 지난 2000년 인수한 미국의 푸드서비스 영업 실적이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밖에 스칸디나비아에서 합작 운영하고 있는 ICA 아홀드, 포르투갈 합작 체인인 제로니모 마르틴스와 아르헨티나에 오픈한 슈퍼체인 디스코 인터내셔널도 회계가 조작됐다고 밝혔다. 그룹은 해당 체인들의 경영 실적이 모두 하향조정될 것으로 본다면서 따라서 내달 5일로 예정됐던 경영실적 공개를 늦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아홀드가 지분을 갖고 있는 브라질 슈퍼체인 봄프레스코와 중남미의 파이스아홀드도 회계부정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고 그룹측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아홀드의 채권등급을 `투기' 수준으로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아홀드 주식은 회사 발표가 나온 후 암스테르담 증시에서 24일 오후(현지시간)무려 63% 하락한 3.59유로에 거래됐다. 투자자들은 아홀드 외의 소매유통 관련 주들도 대거 처분하는 바람에 이날 증시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한편 유럽연합(EU)의 프리츠 볼커슈타인 국내시장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유럽경제협의회 회동에 참석해 "EU가 곧 기업회계감독 강화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지난해 기업회계 스캔들이 잇따라 터진 가운데 EU 산하 위원회가 역내 민간단체 등의 견해를 포괄해 20여개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볼커슈타인은 최근 "기업이 회계 관행을 자율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강제조항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회동에 참석한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줄리안 프랭크 교수는 "아홀드 스캔들만 봐도 결코 유럽이 기업회계 스캔들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동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단일회계 규정을 조기 구축하기 위해 열렸다. 아홀드는 미국의 경우 숍 앤드 숍과 자이언트-랜도버 등을 보유하고 있는 그룹으로 지난해 전세계 27개국에서 4천만명의 고객을 상대로 모두 790억달러의 매출을기록했다. 아홀드측은 회계 스캔들의 핵심인 푸드서비스를 매각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그럴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암스테르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