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91년 걸프전 후 유엔무기사찰단 눈을 속이려고 화생방무기들을 파괴했으나 대량살상무기를 재생산하기 위해 설계도 등은 남겨뒀다고 미 시사 주간 뉴스위크 최신호(2월23일)가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후세인 대통령 사위로 95년 요르단으로 망명했던 후세인 카멜 알-마지드가 귀국 후 피살되기 전 미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해외정보국(MI 6), 유엔 사찰단측에 밝힌 내용을 입수해 이렇게 전했다. 이라크 집권 바트당 지도부 출신의 최고위급 해외 망명자인 카멜은 망명 전까지10년간 이라크의 핵,화생방무기,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관장한 인물이다. 그는 후세인 대통령 축출 후 이라크의 새 지도자가 되려는 야망을 가졌으나 미국이 협조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6개월 후 귀국했다가 전격 처형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영, 유엔 등 3개 기관의 카멜 심문 자료에 따르면 카멜은 CIA와 MI 6에 똑같은 증언을 했으나 CIA는 그러나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카멜은 미,영 정보기관 조사와는 별도로 95년 8월 롤프 에케우스 단장이 이끄는유엔사찰단 3명과 만나 3시간동안 이라크의 WMD 개발 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유엔 사찰단은 카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 관계자와 실험실 및 공장 위치, 각 프로그램의 진행 단계 등에 대해 아주 상세히 설명, 이라크 정보에 메말라 있던 서방세계에겐 '금광'같은 존재였다고 밝혔다. 유엔은 그러나 이후 이라크측이 카멜의 증언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점과 더 많은 내용을 공개하도록 후세인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증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카멜은 당시 이라크가 WMD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고 WMD를 파괴한 것은 유엔측에프로그램 내용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이라크가 당시 설계도와 컴퓨터 디스크, 마이크로필름카드, 미사일 탄두 주형 등을 보관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라크가 WMD프로그램을 관장하는 군사산업위원회(MIC) 소속 연구원들에게 무기개발 관련 문건들을 집에다 숨겨놓도록 지시한 점을 지적, 이를 "유엔사찰 활동 종료 후 재생산을 하기 위한 1단계 조치"로 설명했다. 한편 카멜의 증언 중 일부는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후에 밝혀졌지만 카멜과 함께 망명한 군사 보좌관은 '이라크는 WMD를 파괴했다'는 카멜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에케우스 전 유엔사찰단장은 그러나 카멜의 증언 내용이 "너무 광범위하고 상세해 옴싹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는 사찰 당시 통역으로 일한 시리아인이 이라크첩보원으로 카멜 자신에게 사찰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줬다는 말도 들려줬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