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가르치는 통에 하루도 안 거르고 가계부를 씁니다. 영수증까지 차곡차곡 붙여 가면서요." 4학년 4반 담임 임진억 교사는 올해 서른 세 살된 '총각 선생님'이다. 혼자 사는 30대 남자가 가계부를 쓴다고? 결혼한 주부들도 안 쓰는 경우가 허다한데... "제 가계부는 아이들한테 보여주는 '살아있는 수업자료'입니다. '가계부'에 대해 가르치는 단원이 있는데 말로만 지출이 어떻고 수입이 어떻다고 떠들면 학생들이 잘 이해를 못하거든요. 하지만 제가 직접 작성한 가계부를 보여주면 아이들이 훨씬 이해를 빨리 합니다. 제 씀씀이중에 '회식이 너무 잦다' '석유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기름값이 너무 많이 든다'며 따끔한 지적을 해 주는 아이도 있고요." 임 교사는 "아이들에게 경제를 가르칠 때는 그 내용을 배움으로써 실제 아이들 생활에 변화가 이뤄지는 것까지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계부 쓰는 법을 가르칠 때도 최종 목적은 계획성있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지 '전월 이월금'의 뜻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체험을 통해 재미있게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나중에 아이가 커서도 건전한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게 임 교사의 경제교육 철학이다. 이를 위해선 "학교 교육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경제 활동은 일상 생활입니다. 가정에서 경제 교육을 제대로 못시키면 제아무리 학교에서 체험 교육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아이와 시장을 함께 보는 것도 훌륭한 소비자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냉장고를 정리하며 당장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리스트를 만들고 아이와 함께 장을 보며 직접 물건을 골라보게 하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일회용품과 재활용품을 구별해 내는 법,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법 등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가계부를 쓰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다면 '알뜰 경제' 원칙을 아이의 몸으로 익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