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간판 싱크탱크 'NWO' ] 한반도의 5분의 1 크기에 불과하지만 2002년 포천지가 선정한 '글로벌 1백대 기업'에 로열더치셸 ING그룹 등 6개 기업을 올려놓은 강소국(强小國) 네덜란드. 세계기관이 발표하는 각종 국가경쟁력에서 상위 다섯 손가락 안에 단골로 오르는 나라다. 국가 경쟁력의 산실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헤이그에 자리잡은 '네덜란드 과학연구소(NWO;the Netherlands Organisation for Scientific Research)'다. NWO는 실용주의와 합리성을 바탕으로 네덜란드의 간판 싱크탱크로 뿌리내리고 있다. NWO는 약간 어두우면서 차가운 분위기의 9층짜리 회색 콘크리트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내부 접견실에는 붉은 카핏이 깔려있고 프리젠테이션실 등도 잘 갖춰져 있다. 친절하고 적극적인 연구원들로 열기가 그득하다. 연구기관이라기보다는 민간 기업과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주식회사 네덜란드'로 불리는 이유를 정부 연구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학연구소는 지난 1950년대에 정부 산하기구로 설립됐으며 국가 과학기술, 연구개발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연구소로 통한다. 네덜란드의 대학 및 연구소들과 협의, 핵심 연구과제를 도출하고 각 대학 및 연구소들이 효율적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교통정리'도 한다. '혁신:미래를 여는 열쇠.' NWO의 1층 정문 입구 현판엔 이같은 문구가 걸려 있다. NWO는 국가 R&D 지휘센터로서 실용주의와 이에 기반한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있다. 연구소 어디에서도 전통과 타성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르네 반 케셀 NWO 국제관계팀장은 "네덜란드인은 이론에 빠지지 않고 항상 실제를 생각한다. 연구활동도 마찬가지다. NWO는 기업들이 사업을 펼치는데 도움이 되는 기술,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술에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NWO는 이미 20년전부터 원천기술 연구에서 탈피,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과제와 다양한 학문과의 연결에서 파생되는 기술을 연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NWO의 연구 대상은 과학이지만 과학 그 자체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과학을 사회 및 인간생활과 연결짓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선정한 과제는 △문화유산 △연구 및 혁신으로 인한 사회윤리적 결과 △인식과 행동 △생명 프로세스의 기초 △나노과학 △디지털화 등 9가지다. 이들 과제의 하나로 조력 풍력 등 에너지원을 연구하는 '지속가능한 개발' 위원회의 테오 바렌부르그 수석부장은 "우리의 관심은 물리학에서 신학까지, 그리고 정보기술(IT)에서 윤리적 소수자에 이르기까지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화유산 연구팀에서는 헤이그 왕립미술관에 소장된 화가 렘브란트의 국보급 작품에서 발견된 손상을 연구한다. 주요 문화유산의 보존연구가 핵심사업이다. '연구의 사회윤리적 결과' 팀에서는 "게놈관련 정보를 특허출원하는 것이 옳은가." "그렇다면 그건 무슨 재산권에 해당하는가." 등 유전자 연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며 과학기술에 대한 윤리사회적 논쟁을 유발한다. '변화하는 행정' 팀에서는 네덜란드 철도회사 등 민영화 조직에 대해 정부가 다시 통제권을 회복하는 문제 등 의미의 행정에 대해 연구한다. 케셀 국제팀장은 "예술품의 보존 업무를 문화 관련 부처에만 맡기지 않고 과학연구소가 직접 나서며 행정까지도 과학의 영역으로 본다"며 "네덜란드인들은 합리성을 중시하고 과학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학.연 체제도 NWO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다. NWO는 정부산하 응용과학연구소(TNO)와 함께 유럽 명문공대 델프트공대, 세계적 전자메이커 필립스 등을 연결하는 산.학.연 체제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한다. 산업계는 연구개발비의 절반정도를 부담한다. 델프트공대는 고급두뇌를 배출하고 반도체 통신분야 기술개발의 산실역할을 해내고 있다. NWO는 기술혁신 역량의 극대화를 통해 네덜란드를 기술강국으로 거듭나게 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헤이그(네덜란드)=조정애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