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체감사 대폭 강화..비리땐 형사고발.유흥업소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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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최고경영자)의 감사능력 평가,비리 임직원 형사고발,유흥업소 출입금지,감사팀원 신분보장…'
검찰의 SK그룹 압수수색에 이어 '경제 경찰'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대기업 조사강화 방침이 발표되자 재계가 내부 감사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은 진작부터 전략적 경영목표로 세워 놓았지만 '발빠른 변화'를 원하는 새 정부의 시책에 호응하고 경영부실이나 기업비리 징후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내부 통제시스템의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구매분야나 협력업체 관리·지원분야에 대해 강도 높은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정몽구 회장은 연초 회장실 직속으로 편입된 감사실 보고내용을 직접 훑어보며 미흡한 부분은 정밀 감사를 실시토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수직계열화돼 있는 그룹의 특성상 관련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이 경쟁력 향상의 첩경"이라며 "연초 감사실장을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시킨 것도 계열사에 대한 감사능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그룹은 이에 따라 협력업체의 거래 불편사항이나 건의사항을 경영진이 전달받을 수 있도록 '소리함'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정기 계열사 사장단 인사평가 때 CEO의 감사능력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회사의 공식 접대비 지출예산에서 임직원들의 유흥업소 출입비용을 제외하는 동시에 협력업체 등 외부에서 접대받는 한도를 직급에 따라 1인당 1만5천원 또는 3만원으로 정해 이를 어길 경우 강도 높은 문책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내부 감사시스템이 가장 잘 구축돼 있다는 삼성 역시 상시감사 시스템 가동에 돌입했다.
삼성은 △역량 집중이 필요한 사업 △부실징후가 감지되는 사업 △긴장 조성이 필요한 사업 등에 특별감사를 벌인다는 방침 아래 인터넷이나 실명 제보를 통해 들어오는 계열사 관련 사항도 구조조정본부가 직접 챙기고 있다.
삼성은 특히 경영부실이나 비리혐의가 드러난 임직원들에 대해 종전처럼 '온정주의적 방식'으로 처리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형사고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연초 자체 감사팀을 발족시킨 삼성코닝정밀유리처럼 △대(對)고객 △대 협력업체 △대 주주간 접점이 넓고 일정 규모를 갖춘 계열사에 대해서는 내부 감사를 선임토록 권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감사팀원의 현업 복귀시 불이익이 없도록 하고 인사고과나 개인성과를 측정할 때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감사 기능의 중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다.
LG 역시 그룹 통합 지주회사 출범에 맞춰 투명경영 강화 정비 차원에서 감사실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금호그룹은 지난해 박삼구 회장의 윤리경영 선언을 계기로 임직원과 협력업체간 금품이나 선물 수수행위를 금지시켰다.
대우종합기계는 이날 인천 송도호텔에서 협력회사 경영자 대표와 임직원 등 2백60명이 참가한 가운데 윤리경영 및 공정거래 자율준수 선포식을 가졌다.
양재신 사장은 윤리경영 실천과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 등을 다짐하는 선언문을 협력사와 공동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윤리가 국제 거래에서 새로운 경쟁력의 척도로 대두됨에 따라 협력사와의 투명거래를 통한 상호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훈·김홍열·이심기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