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형이냐, 개혁형이냐'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조각 작업이 17일 3단계 인사추천 작업까지 마무리되면서 5배수 추천에 포함된 후보들의 성향이 두 부류로 극명하게 나뉜 가운데 해당부처 업무의 특성에 따라 인선이 좌우될 전망이다. 대체로 경제팀은 안정과 개혁의 혼합, 통일.외교.안보팀은 안정, 사회문화팀은 개혁 위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인수위 주변의 관측이다. 안정과 개혁의 대립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지는 곳은 경제부처다. 특히 인사추천위원들 가운데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 등 정무파트에선 안정형, 대통령직인수위 핵심멤버들은 개혁형을 추천대상으로 각각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보인다. 노 당선자측의 한 고위 관계자는 17일 "경제부처나 통일.외교.안보부처의 경우 현 경제상황과 북핵위기, 한미관계 등을 고려, 안정형으로 가는 것이 맞다"면서 "특히 관료사회 장악과 업무파악 능력이 중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도 "안정형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장승우 기획예산처 장관과 김진표 국무조정실장 등이 경제부총리 후보군에 편입됐으며, 박봉흠 기획예산처 차관, 유지창 금감위 부위원장, 윤진식 재경부 차관, 이정재 전 차관, 권오규 조달청장, 이윤재 전 청와대 재경비서관 등이 주요 경제부처 장관 또는 청와대 정책수석 등에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개혁성향의 교수출신 인수위 간사들은 "노 당선자가 고 건(高 建) 총리를 지명한 데 이어 또 안정성에 맞춰 조각한다면 지지계층의 실망감이 확산될 수 있다"면서 개혁적 인물을 대거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재벌개혁 의지를 가진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부총리 후보로 추천됐고, 김대환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 이동걸 경제1분과 위원과 함께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이 주요 장관직 후보로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분야의 경우 기술관료 출신들이 상당수 추천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외교.안보분야의 경우 한미관계 등을 고려해 노련한 외교 전문가를 기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노 당선자의 새로운 외교노선을 개척해나가기 위해 개혁성 인물을 인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지만 전자에 무게 중심이 두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태 민주당 의원이 외교부 장관 후보군에, 이홍구 전 총리가 통일부 장관 후보군에 각각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사회분야의 경우 한 핵심 관계자는 "`악' 소리 나는 부처가 몇군데 있을 것"이라고 파격 발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법무장관엔 노 당선자의 `문민화와 기수 파괴' 입장이 알려지면서 최병모 민변 회장과 강금실 민변 부회장, 강원일 전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 특별검사 등이 주목받고 있다. 한편 인사추천위는 추천자 명단의 외부유출을 막기 위해 추천위원 13명이 저마다 선호하는 5배수 명단을 써내면 이를 밀봉했다가 17일 저녁 개봉, 다수결 원칙에 따라 부처별 후보 5명을 최종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당선자는 18일 이 명단을 보고받은 뒤 주요 대상자를 직접 면담하고 신계륜 당선자 인사특보,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내정자, 정찬용 인사보좌관 내정자 등을 통해 검증작업을 벌이도록 할 방침이다. 4단계 검증작업에는 고 총리후보 지명자도 직.간접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