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직무실에 쌓인 결재 서류를 뒤로 하고 멀쩡한 화장실을 뜯어 고치는데 매달리니까 직원들이 엉뚱한 사장이라고들 한마디씩 하더군요" 여성 전용 대금업체인 해피레이디의 오승열(40) 신임 사장은 요즘 사내에서 "비데 사장"으로 통한다. 취임 후 처음 한 일이 본사와 지점의 여자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한 일이기 때문이다. "급전을 빌리러 온 여성 고객들이 마음으로나마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게 오사장의 설명. 석달 전 만 해도 그는 소위 "잘 나가는 광고맨"이었다. 지난 12년 동안 제일기획에 근무하면서 "최우수 AE상","최우수 크리에이티브상" 등을 휩쓸며 제일기획 최연소 국장에 올랐다. 취임 후,정형과 상식의 틀을 벗어난 오사장의 독특한 회사 경영법은 해피레이디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입니다. 어떻게 고객을 감동시키고 매료시키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관계처럼 말이죠" 먼저 오사장은 여성의 입장에서 편리하고 신속한 대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일일이 신경썼다. "해피레이디의 고객은 1백% 여성입니다. 여성 때문에 이윤을 내는 회사인데 여성 고객을 여왕으로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그는 본사 및 지점의 고객용 탁자의 모양과 재질,출입문의 손잡이 등 여성 고객이 움직이는 모든 곳의 편의 향상을 위해 세세한 것부터 바꿔 나갔다. 심플하고 세련된 카페풍의 매장 인테리어 설계도 직접 챙기고 꽃과 나무,액정 TV,오디오 등을 비치해 안락감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 고객들이 심적으로 안정감을 갖도록 매장 직원을 전원 여성으로 배치했다. 이 회사는 전직원의 85%가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오 사장은 올해 대금업 시장 전망을 "치열한 경쟁"이란 말로 요약했다. "이자 상한선을 골자로 한 대금업법이 도입되면서 대금업체들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대금업체들에게도 마케팅이 중요해진 시기가 온 것이죠" 그러면서 그는 일본 대금업체들의 마케팅을 소개했다. "다케후지 등 일본 상위 5개 대금업체들의 연간 광고비용은 무려 5천억원 정도입니다. 방송,신문 광고는 물론 프로 스포츠팀의 운영과 광범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에 힘을 쏟고 있죠.고객의 인식에 파고들어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을 창출해가고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고객을 감동시키는 대금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