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슈퍼 유로貨'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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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옛 소련의 중심이었던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을 계속 늘려왔다.
지난 1991년 소련이 붕괴됐을 당시 러시아 중앙은행은 4백8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었으며,이중 90% 이상이 미국 재무부채권(TR)과 달러였다.
하지만 러시아의 '달러 사랑'은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총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은 75%로 낮아졌다.
그 대신 유로화 비중을 20% 이상 끌어올렸다.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유로 비중이 10% 이하였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한 관계자는 "유로를 사들이는 이유는 다양한 외화를 확보해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조치"라며 "특히 유로존은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기 때문에 유로화를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는 앞으로 유로화뿐 아니라 다양한 외국화폐의 보유 비중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캐나다 대만 홍콩도 유로의 비중을 늘리는 등 이같은 추세는 전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유로화 비축을 유럽연합(EU) 가입의 전단계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 국가 역시 올해 말까지 외환보유고에서 유로의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현재 2천8백60억달러 규모의 총 외환보유고 중 5백억유로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상업은행의 추민 매니저는 "아시아 각국들이 그동안 미국에 대한 수출 대가로 받은 자금으로 미 재무부 채권을 사들였으나,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더 이상 미 채권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사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유로화는 전세계 외환보유고에서 15%를 넘지 못했다.
오히려 유로존에 속한 독일의 마르크화가 세계 제2의 화폐로서 유로화보다 더 안정적인 자산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지난 99년 초 탄생한 유로화는 유로당 1.17달러로 시작했으나 2000년 10월 0.83달러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겪었다.
하지만 추락하던 유로는 2001년 말께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최근에는 유로당 1.09달러까지 회복했다.
이에 따라 유로는 투자 수익원으로도 중앙은행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유로 채권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유로 가치의 상승으로 짭짤한 수익률을 내고 있다.
예를 들어 3개월 만기 미 채권의 이율이 연 1.24%인데 비해 유로 채권은 3.36%에 달하며 2년만기 독일 정부채권도 미 채권 수익률보다 높은 1.72%에 이르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유로화의 강세는 앞으로 2∼4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중앙은행들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유로화 사재기'는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런던에 있는 웨스트LB리서치의 마이클 크로위터 외환전략가는 "불과 수년전만 해도 유로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지금은 많은 중앙은행들이 유로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HSBC의 데이비드 블룸 애널리스트도 "유로화 비중을 높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중앙은행들이 유로와 달러를 균형있게 보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새롭게 '신데렐라'대접을 받고 있는 유로가 세계의 기축통화로서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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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7일자)에 실린 'Super Euro'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