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일 발표한 농산물 수입협상 제안서에 대해 곧 본격협상이 전개될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협상중 농업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략의 기본은 미국과 함께 뉴라운드 협상의 양대 주도세력인 유럽연합(EU)과 공동보조를 취해 미국 호주 등 농업 개방세력을 최대한 저지하면서 우리 나름의 실리를 최대한 취하는 것이라고 농림부는 주장하고 있다. 정부 제안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쌀시장 개방에 관한 내용이다.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 공식적이고 명시적인 방침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정부 제안서는 "뉴라운드 협상에서 (쌀 등) 핵심 농산물의 경우 관세 인하 폭을 다른 분야에 비해 낮게 책정해야 한다"고 제의함으로써 사실상 쌀 수입 관세화의 수용을 시사했다. ◆ 쌀 수입 관세화 암시 =농림부는 (쌀을 포함한) 농산물 전반의 관세감축안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현재 일종의 쿼터방식으로 수입되고 있는 쌀에 대해 별도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쌀 수입 관세화'를 이번 뉴라운드 협상을 통해 받아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시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농림부 이명수 국제농업국장은 "설사 관세화가 불가피하더라도 이번 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다른 농산물보다 관세 감축 폭을 줄여 국내 쌀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쌀 관세화 무슨 의미인가 =한국은 과거 UR(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쌀시장을 1차 개방하면서 일종의 쿼터방식(연간 쌀 수입양을 책정하는 방식)을 채택, 지금까지 운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관세화방식은 관세율만 책정하고 수입물량은 무제한 허용하는 방식으로,기본적으론 일반 공산품 수입과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가 한해 수입하는 쌀 쿼터량은 국내 소비량의 4% 수준인 20만4천t 정도(2004년 기준). 현재 수입쌀은 전부 정부 비축미로 들어가 시중에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관세화의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작년에 쿼터제에서 관세화로 전환한 대만의 전례에 따라 우리도 4백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서 수입할 경우 80㎏당 3만원 정도에 거래되는 중국쌀은 물류비 등을 포함해 16만∼17만원에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쌀 가격이 16만원대여서 당장은 중국산이 들어오더라도 버틸 수 있을 것이지만 수입관세(4백50%)는 지속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국산 쌀시장에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다. ◆ 향후 전망 =뉴라운드 농업협상(DDA:도하개발 아젠다)은 대폭적인 관세 및 보조금 감축을 주장하는 농산물 수출국들과 점진적이고 신축적인 개방을 요구하는 수입국들이 대립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제안서가 향후 농업협상에서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개방안대로 관세 및 보조금이 감축되더라도 쌀 외에 현재 쿼터 형식으로 수입되고 있는 참깨 등의 국내 시장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