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신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10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예방,'대승적 차원에서 재계가 적극 협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해 앞으로 새 정부와 재계가 '상생의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해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이뤄진 면담에서 "차기 정부의 10대 국정과제의 하나인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에 기업과 전경련이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지난 7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손 회장은 "기업이 국가를 떠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새 정부가 설정한 국책과제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는 견해를 다시 한번 표명했다. 이날 손 회장은 그동안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이에 빚어졌던 '불편한 관계'에 대해 정식으로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국가경제가 발전하고 기업이 잘 되기 위해서는 '갈등과 대립의 앙금'을 씻고 새로운 '상생의 협력관계'를 통해 선진국가를 건설하는 데 기업이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으로 손 회장은 전경련 내부에도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노 당선자와의 면담을 하루 앞둔 9일에도 휴일을 잊은 채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본부장급 이상 간부들과 오찬을 겸해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도 그는 "새 정부와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며 "국민소득 2만달러를 조기에 달성하고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를 건설하는데 전경련과 회원들이 앞장서서 역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고 전경련 관계자가 전했다. 손 회장과 노 당선자의 이번 회동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관심을 끈다. 우선 지난 7일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에 손 회장은 노 당선자 측에 면담을 요청했고 노 당선자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대단히' 빠른 시간안에 '만남'이 이뤄진 것부터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이나 출자총액제한 제도 유지,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도입,금융계열사 분리청구제 등 새 정부의 기업개혁 방안들을 놓고 재계는 '시기상조'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입장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급기야 이달초에는 노 당선자가 "주요 개혁과제에 대해서는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날 손 회장이나 노 당선자 모두가 새 정부의 기업개혁 주요과제인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등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는 화제로 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약 한시간 가량 이어진 면담 분위기도 시종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노 당선자가 오는 14일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열리는 '전경련 최고경영자 신년포럼'에서 밝힐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