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은 지난 97년부터 실시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대이상의 성과를 일궈낸 '모범기업'이다. 당시 구조조정의 골자는 직물사업 비중을 낮춤으로써 '굴뚝기업'이라는 딱지를 떼내고 첨단 화학·소재업체로 탈바꿈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안정적인 패션부문은 회사의 '캐시카우'(cashcow)로 계속 가져가는 한편 화학과 전자소재부문을 향후 새로운 성장동인으로 삼겠다는 청사진 아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온 것. 이같은 구조조정 계획 아래 제일모직은 비수익사업을 정리하고 직물·패션사업부의 분사를 통해 인력을 과감히 재배치했다. 그 결과 97년 3천6백42명이던 임직원수가 현재 2천2백14명으로 줄었다. 재무구조 개선에도 남다른 힘을 쏟았다. 유가증권과 부지매각 등을 통한 차입금 상환으로 같은기간 2백94%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91%로 낮아졌다. 매출비중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직물부문 비중은 지난 99년 16.5%에서 현재 11%로 낮아졌다. 당시 2%였던 전자소재부문은 3.3%로 높아졌다. 회사측의 미래 구상대로 사업구조가 바뀌어가고 있는 셈이다. 구조조정의 노력은 실적으로도 반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실적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대우증권이 잠정 집계한 지난해 매출은 1조9천9백57억원으로 전년보다 13% 가량 증가했다. 순이익은 무려 1백14%나 늘어난 1천2백69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에따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에서 15.8%로 두배 가까이 올랐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성과로 지난 99년부터 매년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애널리스트들도 이 회사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대우증권 이수혜 연구원은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실적호전 추이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올해 매출과 순이익은 2조1천5백억원과 1천4백3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증권 김영진 연구원은 "안정적인 매출성장과 이익이 기대되는 패션부문,수익성이 뛰어난 화학부문,고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되는 전자재료 등 우수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며 목표주가로 2만1천8백원을 제시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