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에 있는 통신관업체 S사의 앞마당엔 재고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정보기술(IT) 붐으로 줄을 잇던 통신관 주문이 끊기면서 재고품이 마당에 4?높이로 적재돼있다. 이로 인해 이 회사는 설날 이후 휴업에 들어갔다. 이달들어 김포 시화 반월 성남 시흥 등지의 중소기업들 가운데 수주가 줄어 휴.폐업을 하는 사례가 급속히 늘고 있다. 기계와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부천의 동진테크, 시흥의 디지털테크놀러지, 대덕의 두루테크 등이 회사문을 닫고 말았다. 중소기업청 및 기협중앙회는 이처럼 수주 감소로 휴업상태에 들어간 전국의 기업수가 지난달말 현재 약 1천1백개사에 달해 한달새 1백여개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중소기업의 가동률도 70% 수준으로 떨어져 40개월만의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새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지원책이 나올 때까지 버틸 힘조차 없다는게 많은 중소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제조업종의 경기지표'라고 일컬어지는 금형 공구 건자재 기계부품 등의 평균가동률은 65~68%로 타업종보다 더욱 낮다. 이에 따라 제조업종의 휴.폐업 도미노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공장을 매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반월 시화공단 내 거리 곳곳에는 '공장매물'이란 노란색 광고지 수십장이 닥지닥지 붙어 있다. 반월 시화공단에서만 6개 기업이 매각을 추진중이고 경기도 여주의 두원바이오,서울 영등포의 상록수약품 등이 수주 격감에 못이겨 매각하거나 휴.폐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대기업의 경우 영업실적이 괜찮고 사내유보가 많아 별 어려움이 없지만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황을 구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