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6일 오전 10시께 기자실을 찾아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조금 전 손길승 SK 회장으로부터 회장직 수락의사를 통보받았다"며 손길승호(號)의 출범을 알렸다. 전경련의 차기 회장 추대 작업은 올해 초 김각중 회장과 손 부회장이 서울 한남동 승지원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을 찾아 "중책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국가경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전경련 회장을 맡는 방법도 있지만 삼성을 키우는데 주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고사의 뜻을 전했다. 전경련 김 회장은 구자경 LG 명예회장을 통해 구본무 LG 회장의 뜻을 타진하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을 통해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의 의중도 물어봤으나 답변은 모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그룹 오너들의 뜻을 타진한 전경련 수뇌부는 지난달 10일께 손 회장에게 차기 회장을 맡아달라고 제의했다. 손 부회장은 "전경련 회장은 오너들이 맡아야 한다"며 한사코 거절하던 손 회장으로부터 회장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을 경우 맡을 수도 있다는 뜻을 감지하고선 삼성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삼성 이 회장은 지난달 15일께 손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심양면으로 도울테니 회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이어 지난달 20일께는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을 SK본사로 보내 '이 회장의 뜻'을 전했다. 이 본부장은 최태원 SK(주) 회장과도 만나 지원과 설득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부회장은 "삼성 이 회장이 두 번씩 전화를 걸어 회장직 수락을 요청했고 이학수 본부장도 손 회장을 두 번 만나 이 회장의 뜻을 전달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는 사이에 김각중 회장도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손 회장을 설득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