滿樹梨花處處新 만수이화처처신 菁山變作玉인순 청산변작옥인순 夜來犬吠鼓門急 야래견패고문급 知有隣家問酒人 지유인가문주인 -------------------------------------------------------------- 배나무 가지에 온통 새로 꽃이 피었고/푸른 산은 옥으로 다듬은 뫼뿌리로 변하였네/한밤중 개가 짖고 급하게 문 두들기는 소리 들리는데/이웃집에 누군가가 술을 사러 온 모양 -------------------------------------------------------------- 조선조 이순인(李純仁)이 읊은 '눈 내리는 밤(雪夜)'이다. 배꽃은 5월에 피고 산도 5월의 신록이 한결 싱그럽다. 한겨울 배나무에 새로 꽃이 피고 푸른 산이 옥으로 다듬어 놓은듯한 모습으로 변한 것은 눈이 내려 설화(雪花)가 피었고,산이 소복(素腹)으로 옷을 갈아입은 때문이다. 한밤중에 이웃집 개가 짖고 급하게 문 두들기는 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술을 사러 온 것임을 짐작해서 안다. 경이로움과 삶의 숨결이 함께 어울어져 있어 읽기에 즐겁다. 이병한 < 서울대 명예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