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 대출시장은 "가계대출"이 주도했다. 그 중에서도 아파트 등 주택담보 대출이 핵심이었다. 이로 인해 은행 주택담보 대출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 부동산 거품을 야기했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로 짭짤한 장사를 했고,고객 입장에선 손 쉽게 은행 돈을 빌려 쓸 수 있었다. 올해도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을 벌일 기세다. 물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작년과 같은 공격 영업을 하긴 어렵다. 담보설정비를 면제해 주거나 담보의 90%까지 대출을 해주는 건 불가능해졌다. 그렇다고 주택담보대출 줄이겠다고 나선 은행은 하나도 없다. 저금리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돈 굴릴 곳이 없는 은행 입장에선 주택담보대출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수익원 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은행들은 정부의 규제 가이드라인을 따르면서도 다양한 서비스 등을 동원해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위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도 주택담보대출 늘린다 금년중 주요 시중은행들의 신규 가계대출 규모는 2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중 60%정도는 주택담보대출용으로 봐야 한다. 올해만 15조원 정도의 주택담보대출 자금이 공급될 것이란 얘기다. 이 정도 규모는 작년(약 54조원)의 절반 수준이긴 하다. 그러나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비정상적이었다고 보면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을 작년(14조원)의 60%인 8조원대로 잡고 있다. 증가율 목표를 작년(23%)의 절반인 10%대 초반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올 가계대출을 작년(8조원)의 절반인 4조원,신한은행은 작년(5조원)의 60% 수준인 3조원씩 각각 늘릴 계획이다. 우리은행과 한미은행은 가계대출을 각각 3조~4조원과 1조2천억~1조3천억원씩 늘려 작년 증가액(11조원과 3조4천억원)의 3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작년 같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과열경쟁을 벌이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기업대출이 좀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대체할 만한 시장이 없기 때문에 올해도 주택담보대출 등은 지속적으로 늘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비스 경쟁 불 붙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둘러싼 은행간 경쟁 양상은 "외형 확대"였다. 담보설정비 등을 면제해 주면서 다른 은행 고객을 빼내 오는 고객 확보 전쟁이었다. 그러나 올들어선 은행간 경쟁양상이 바뀌고 있다. 은행들은 정부 규제로 담보인정비율 대상고객 등을 차별화할 수 없게 되자 다양한 서비스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똑같은 조건이더라도 어느 은행이 더 고객 편의를 위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느냐가 경쟁의 관건이 되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 1월27일 부터 실시하고 있는 "For You 스타론 서비스"가 대표적.이 서비스는 주택담보대출 고객에게 금리할인 이자감면 보험가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옵션으로 제공한다. 금리할인을 선택하면 수수료를 내는 대신 이자를 할인받을 수 있다. 원금 리프레쉬 상환을 선택하면 최장 5년까지는 이자만 내면 돼 초기 이자부담을 줄 일 수 있다. 이자 다이어트 상환은 일정기간 동안 이자의 절반만 내고 나머지는 원금에 덧붙여 만기 때 갚으면 된다. 또 대출조건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대출 후 7일 이내엔 별도 부담 없이 대출을 취소할 수 있다. 하나은행도 작년말 부터 이자보상제도를 실시해 우량 고객에게 최고 3%의 대출이자를 되돌려 주고 있다. 대출을 받은 후 1년동안 이자를 하루도 연체하지 않으면 납부이자의 3%,연체일수가 1~30일이면 1%를 현금으로 돌려준다. 이는 대출금리를 0.2%포인트 깎아주는 효과가 있다. 한미은행의 경우 고객이 입맛에 맞게 대출상환 방법을 고를 수 있다. 이 은행 ACE장기담보대출은 매년 원금분할 상환 매월 원리금 분할상환 만기 일시상환 등 3가지중 한가지 방법을 선책할 수 있다. 이중 매년 원금분할상환은 만기 5년의 경우 매년 5%씩 원금을 갚다가 만기 때 나머지 잔액을 모두 상환하도록 짜여져 있어 만기 때의 원금상환 부담을 덜어준다는 게 특징이다. 이밖에도 초기엔 고정금리를 적용하다가 나중엔 변동금리로 바꿀 수 있거나 다른 은행 대출을 갚을 용도로 빌리는 돈에 대해선 금리를 더 낮춰주는 등의 서비스가 만발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서도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은행별 주택담보대출의 부대 서비스 등을 잘 비교해 선택하면 훨씬 좋은 조건의 대출을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