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저울 전문업체 카스(대표 김동진)는 가정용에서 산업용까지 수백여종의 전자저울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전자저울의 핵심 부품인 로드셀(센서의 일종)의 일괄 생산체제를 갖춰 가격경쟁력이 높다. 제품의 디자인과 기술력 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국내 전자저울 시장의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으며 해외 1백20여 개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카스의 중국 현지법인 "상하이 카스전자 유한공사"는 카스가 자랑하는 해외공장이다. "오는 2007년까지 중국내 5위 달성"이 올해 카스 중국법인이 올해 내건 목표다. 지난 1994년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만의 일이다. 중국에는 무려 1천여개의 저울업체가 있다. 이 가운데 매출 및 이익 부문에서 5위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카스 중국법인의 꿈은 허황된 게 아니다. 그동안의 카스 중국법인은 무서운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지난 2000년 21억원,2001년에는 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전년도에 비해 무려 53.8% 늘어난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에 비해 87.5% 증가한 75억원이다. 이같은 카스 중국법인의 성공은 실패를 겪은 뒤 이뤄낸 값진 성과다. 중국 상하이 시내에서 외곽으로 50여분간 차를 타고가면 상하이 카스전자가 눈에 들어온다. 한적한 시골에 깨끗하게 자리잡아서 그런지 눈에 잘 띈다. 부지 2천1백50평의 공장에 들어서면 1백50여명의 직원들이 바쁘게 손놀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자저울,로드셀,공장자동화시스템(계측부문) 등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카스가 중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92년.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직후다. 수십명의 중국 팀을 구성,중국 횡단을 하며 현지조사를 한 카스는 시장조사가 완벽하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 상하이에 투자를 한다. 카스가 상하이를 선택한 건 이 지역에 60여 개의 전자저울 업체가 몰려있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96년 공장 기공식을 갖고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시장이 만만치 않았다. 가격 경쟁력만 보고 뛰어든 게 잘못이었다. 제품을 내놓자마자 경쟁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했다. 카스도 내렸지만 중국 업체들은 가격을 더 내렸다. 카스로서는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수 없었다. 이 사건으로 중국에서 가격으로 승부는 거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김동진 대표는 "경쟁업체의 제조원가 품질 잠재력 등을 무시한 게 원인이었다"고 진단했다. 카스는 그 뒤 품질과 고부가가치 제품에 승부를 걸었다. 그 결과 카스는 중국에서 자리를 잡게 된다. 상하이 카스전자의 이석재 총경리는 "경쟁업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시장 가격만 보고 가격인하 경쟁을 벌였다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카스 중국법인은 최근 공장을 확장했다. 로드셀 생산 규모를 월 2만대에서 10만대로 늘렸고 일반 전자저울도 월 1만대에서 월 5만대 생산체제를 갖췄다. 중국의 모범적인 투자기업사례로 카스가 부상하자 중국 정부는 카스 중국법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가 매년 두 차례 이상 방문해 노조 설립을 권유할 정도다. 모범적인 외국계 기업의 노조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직원들이 노조 설립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다른 기업보다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급여도 높아 굳이 노조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카스 중국법인은 중국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좋은 참고가 되고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