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장관 인선을 앞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관료조직간에 '샅바싸움'이 시작됐다. 노 당선자가 3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이번주부터 장관 인선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함에 따라 물밑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 초반 싸움은 인수위가 주도 학계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인수위 인사들은 "관료조직에 인적 교체가 필요하다"며 공세를 펴왔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 밀어붙였던 '재벌 개혁'의 기조를 후반기 들어 출자총액제한 완화조치 등으로 누그러뜨린 데는 관료조직의 능란함에 휘둘린 탓이 크다는 비판이다. 김병준 정무분과 간사가 지난달 한 회의 석상에서 "믿고 맡길 사람이 없다"고 말한 대목도 현직 관료들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의 표출로 해석되고 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국무조정실장)이 새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등으로 중용될 것이라는 설에 대해 "(정부 요직을) 차라리 대기업 사장에게 맡기는게 낫지 않느냐"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반격 벼르는 관료조직 관료조직에 대한 표면적인 공세 움직임과 달리 인수위 내부에는 초조감이 감돌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 정무수석, 민정수석, 국민참여수석 등 주요 보직에서 인수위 사람들이 잇달아 밀려났기 때문이다. 인수위 사람들은 행정부가 아닌 청와대 소속 특별위원회나 자문그룹으로 편입되거나 아예 탈락하는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관료들에 대한 흠집내기와 경인운하 백지화 및 번복,각종 간담회에서의 돌출 발언 등은 정권 출범 이후에도 살아남기 위한 튀는 행동"(인수위 전문위원)이라는 내부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반면 관료들은 인수위의 비난성 공세에 일방적으로 당하면서도 "일단 지켜보자"며 느긋한 입장이다. "지금은 과천 공무원들이 남태령 고개(과천과 서울 경계지역)를 넘어가면서부터 (인수위를 향해) 기어가고 있으나 행정경험과 현실성이 부족한 인수위 사람들이 요직을 차지하기는 힘들 것"(과천 경제부처 모 국장)이라는 얘기다. 시간이 흐르면 반격의 기회가 찾아오고 주도권이 관료조직에 넘어올 것이라는 기대다. ◆ 노 당선자, 인수위 다독거리기 노 당선자는 3일 "인사문제로 혼선이 생기고, 기대에 어긋나 상심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도록 각별히 부탁한다"고 인수위 핵심 인사들에게 신신당부했다. "여러분이 선택한 것은 '자리'가 아니라 정책에 대한 소신이고 실현해 보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냐"며 "중요한 국가과제가 있는 만큼 기회는 많을 것"이라고 다독거렸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