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대부분이 인력난, 저임금, 불법체류자,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긍적적인 시각으로 중소기업을 바라봐야 한다. 중소기업이 없는 한국 경제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틈새 시장을 뚫고 세계로 나아가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질수록 경제는 튼튼해진다. 자연 다큐멘터리 TV 프로그램에 가끔 흰개미 떼가 등장한다. 개미 하나의 크기는 아주 작고 보잘 것 없지만 무리를 이루면 어떤 동물도 이들을 당해내지 못할 만큼 파괴력을 보여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중소기업 뿌리가 튼튼하면 어떠한 외풍도 견딜 수 있다. 기업 하나가 쓰러지면 또 다른 기업이 그 뒤를 잇는 중소기업은 경제의 원동력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중소기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원책을 강구중이다. 명화금속이 그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직결나사 하나로 세계 나사시장을 제패했다. 산업자원부터 세계 일류화 상품으로 지정된 명화금속의 직결나사는 철판을 직접 뚫고 들어가는 것으로 조이는 작업이 끝나기 때문에 별도의 너트가 필요없는게 특징이다. 40여년간 한눈 팔지 않고 한우물을 판 결과다. 규모가 큰 대기업은 움직임이 둔하지만 몸집이 가벼운 중소기업은 급속히 변하는 경제 환경에 재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특히 '게릴라 전법'은 중소기업만이 가지는 장점이다. 전투에서 대규모 병력의 부대가 게릴라에게 번번이 당해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무장을 가볍게 한 뒤 '치고 빠지는' 전술은 중소기업에 딱 맞다. 경영전략을 시장에 맞게 신속히 바꾸며 적응해 가는 능력에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훨씬 유리하다는 말이다. 화장용 액세서리업체인 에프에스코리아의 경우를 보자. 이 회사는 무려 7천여종의 제품을 생산해 수출한다. 대기업은 상상할 수도 없는 제품의 수다. 생산품의 단가도 10원짜리 화장솜에서 5천원도 안되는 화장솔세트까지 매우 낮다. 중국이나 동남아에 비해 가격이 30% 가량 비싸지만 우수한 품질 덕분에 에이본 바디숍 등 세계적인 화장품 유통업체들이 에프에스코리아의 제품을 찾는다. 연간 매출이 1백80억원이 넘는다. 요즘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게 현실이다. 덩치만 크다고 경쟁력이 있는 건 아니다. 덩치는 작아도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독특한 마케팅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중소기업은 얼마든지 있다. 이들 기업은 철저한 시장조사와 발빠른 시장 대응 전략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중이다. 또 미래를 꿈꾸며 국내 시장에서 힘을 기르는 기업들도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우석 소장은 "요즘 같은 격변기엔 기업이 일어나는 것도 망하는 것도 순식간의 일"이라며 "따라서 경영자의 상상력, 직관, 빠른 결단이 그만큼 긴요하다"고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