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경제는 누가 챙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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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시국입니다.
환율 주가 소비심리가 모두 곤두박질치고 있고 기름값은 가파르게 오르고….종합적인 정책조합(policy mix)이 필요하긴 한데…."
'생각 있는' 경제관료들은 요즘 걱정이 많다.
연초 생각했던 것보다 경제상황이 휠씬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환율과 주가는 몇개월째 줄곧 우(右)하향 추세다.
유가는 배럴당 30달러선을 훌쩍 넘었다.
수출기업들은 환율 비상이고 내수기업들도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가격압박이 심하다.
기자의 아내는 장 보기가 무섭다고 한다.
기름값 상승에다 설까지 끼어 시장 물가가 무섭게 뛰었단다.
가계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주로 환율이나 국제유가 등 외생변수들 때문에 생기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들 한다.
여기저기서 "'천수답 경제'의 비애라고나 할까"라는 푸념도 들린다.
"이렇게 되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인 5%대도 어림없습니다.
내수를 수출과 설비투자가 대신해줘야 하는데 기업들이 투자를 하겠어요? 4%대로 전망을 낮춰야 할 상황입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머리를 맞대고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부에는 경제를 챙기는 사람이 없다.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올해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해 놓고 끝이다. 실물경제를 챙기기 위한 장관회의는 지난 13일 열린 물가대책회의가 고작이다.
그럼 그간 무슨 일이 있었나.
1월 한달은 '보고(報告) 정국'이라 부를 만하다.
관료들은 한달내내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살다시피했다.
간부들은 인수위 위원들과 입씨름을 했고 장관들은 유임을 염두에 두고 당선자 앞에서 한마디를 못해 안달이었다.
온통 인사(人事)의 향방에만 촉각이 곤두서 있다.
이런 와중에 기업들은 현장에서 환율 유가와 싸우면서도 인수위에서 들려오는 얘기들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강력한(?)' 개혁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관료의 말이 귀에 못박힌다.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개혁도 좋지만 빈사상태인 경제가 우선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져도 '반쪽 대통령'이지만 경제에 실패해도 반쪽 대통령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지요."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