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은 28일 기업신뢰 회복을 위한 '좋은 기업 지배구조 5개항'과 '효율과 인간의 존엄'에 관한 아젠다를 채택하고 6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번 포럼은 그러나 이라크전쟁 위기와 세계 경기둔화에 짓눌려 그 어느 때 보다 어두은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클라우스 슈왑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폐막 연설을 통해 "오늘날 세계경제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이라는 두개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번 포럼은 기업 스캔들과 테러리즘 등으로 위축되고 있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7일 진행된 '신뢰구축' 회의에서 세계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에 대한 신뢰가 회복돼야 신뢰구축이 가능하다"고 전제,독립적인 이사회의 경영감독 기능강화 회장과 CEO의 역할분리 수석이사에게 정기적인 회계 감독권한 부여 사외이사의 역할 강화 기업재무구조의 투명성확보 등을 신뢰구축 방안으로 채택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회장은 "엔론 및 월드컴의 회계부정 스캔들로 추락한 기업신뢰를 회복해야만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이를 통해 세계경제가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포럼에 참석한 2천여명의 기업가와 정치인 학자들은 미국-이라크전쟁 및 국제테러 우려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요소들을 조속히 제거해야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회장은 "이라크사태의 해결이 지연될수록 금융시장의 불안은 가중되고 경제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포럼에서 유수 통신업체 경영자들로 붐비던 예년의 모습이 사라져 IT(정보기술)산업의 세계적 불황을 실감케 했다. 다보스포럼 단골 손님이던 버니 에버스 전 월드컴 회장,론 좀머 전 도이체텔레콤 회장,미셸 본 전 프랑스텔레콤 회장 등은 참석조차 안했다. 포럼에 참석한 주요 기업대표들도 올해 실적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루이 슈웨체르 르노그룹 회장은 낙관적으로 봐도 올해 1%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실토했다. 울리히 슈마허 인피니언테크놀로지 회장은 반도체산업 경기가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세계경제포럼이 주관하는 '아시아 차세대 뉴리더' 전체회의가 오는 6월 서울에서 개최된다.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아시아의 차세대 뉴리더' 대표단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6월20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아시아의 비전과 리더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서울회의를 통해 각국의 경제적 정치적 환경을 토대로 정보교환시스템 구축 등 공동 실천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 기간 중 스위스 다보스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우려감 때문에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미국계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세계경제 포럼이라기보다 '세계위기포럼'이라고 부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각종 경제 세션에서도 이라크와 북핵관련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의 대이라크 강격 정책에 대해 유럽과 중동뿐 아니라 미국 기업가들 사이에서도 거부감이 확산됐다. .수파차이 파니츠팍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농업보조금 문제와 후진국에 대한 값싼 의약품 보급을 뉴라운드 협상의 주요 걸림돌로 꼽았다. 그는 농업 부문에서 진전이 없으면 많은 국가들이 다른 현안에 대해 협상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농업 수입관세를 36% 인하하고 수출 보조금을 45% 삭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보스(스위스)=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