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노무현 정부'로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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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차기 정부의 별칭을 무엇으로 정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가 '문민 정부',김대중 정부가 '국민의 정부'라고 스스로를 칭(稱)했듯이 차기 정부도 국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름을 붙이고 싶은 모양인데,아직까지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15일부터 차기 정부 별칭 공모를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홈페이지(www.knowhow.or.kr)에는 다양한 국민의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27일까지 3천1백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이곳에 게재된 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국민의 뜻'이 보인다.
화합의 정부,통합의 정부,국민 참여정부,개혁 정부,통일의 정부,희망의 정부,서민의 정부,함께하는 정부,부패추방 정부,세계인이 살고 싶은 정부,친구 같은 정부,상식이 통하는 정부,공약을 실천하는 정부 등등 좋은 이름들이 거의 빠짐없이 올라 있다.
어느 것으로 최종 낙점해야 할지 고심해야 할 만큼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보인다.
차기 정부가 별칭을 갖고 싶어하는 데는 나름의 까닭이 있다.
"새 정부의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서 동시에 누구나 친숙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을 갖고 싶다"는 게 인수위 관계자들의 얘기다.
국민으로부터 그런 평가를 받고 싶다는 희망과 함께 과거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그냥 '노무현 정부'일 뿐이다.
어떤 명칭과 수사(修辭)를 붙이더라도 노 당선자가 5년간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는 정부라는 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미국 정부가 수사없이 '부시 행정부(Bush Administration)'라고 불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노 당선자는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당선된 뒤에는 "나를 반대한 사람들까지를 포함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약속한 것들을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걸고 이행하면 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차기 정부의 '별칭'이 아니라 이미 제시한 목표들을 꿋꿋하게 실천하는 모습이다.
자기이름 석자를 건 '노무현 정부'보다 더 멋지고 분명한 명칭이 있겠는가.
현승윤 경제부 정책팀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