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가지 뉴스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하나는 미국의 종교단체 '라일리언'에 속한 클로네이드사가 인류의 첫 복제 여아를 만들었으며,제2,제3의 복제인간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였으며 핵개발을 재개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다.

이 두 소식은 서로 무관한 일이면서도 불안의 근원은 같은 곳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과학.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보이지 않은 부작용과 위험,그리고 이를 사전에 규제하려는 국제적 노력의 한계에 대한 불안이다.

일본의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Human Future:부자의 유전자,가난한 자의 유전자'(송정화 옮김,한국경제신문사,1만3천원)에서 이러한 불안에 답하고 있다.

'역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에서 '역사는 끝났다'는 주장으로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저자는 자연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역사를 움직이는 중요한 힘의 하나로 보고 그 중에서도 생명공학이 우리 사회와 국제정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연구해왔다.

생명공학의 혁명으로 인류역사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생명공학기술은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1932)'를 가능케 한다.

사회의 갈등이 제거되고 사람들은 우울증,정신질환,외로움이나 정서적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유전자계급의 출현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는 마감되고,포스트 휴먼(post human)의 역사가 시작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생명공학은 다른 과학적 진보와는 달리 한 상자 안에 눈에 잘띄는 혜택과 눈에 잘띄지 않는 위험이 섞여있다.

인간에게 놀랍고 완벽한 혜택을 가져올 수 있지만,말론 브란도가 주연했던 영화 '닥터모로의 DNA(1996)'에서처럼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유전자 조작에는 실패한 괴물을 양산할 위험이 상존한다.

성공적으로 조작되더라도 새로운 유전자 계급의 출연은 인간의 본성을 바꾸어 놓아,우리가 지향해온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게 된다.

인간으로서의 우리의 본질을 위협하는 첫번째 것으로 신약개발을 꼽을 수 있다.

우울증 치료제로 자기 존중감을 높여주는 '프로작',과잉행동을 조절하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리탈린'과 같은 향정신성 약물이다.

두번째는 신체의 모든 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다.

심장이나 간이 필요하면 돼지나 소의 생채내에서 생산하며,뇌의 손상도 복구할 수 있게 된다.

세번째는 인간복제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원하는 형질의 배아를 선택하거나,유전자조작을 통하여 탄생시키는 '맞춤아기(designer baby)'다.

부유층이 아이를 최상의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유전자 종류를 최적화한다면 인간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전제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포스트휴먼 세계는 현존하는 세상보다 더 계층적이고 경쟁적이며,사회적 갈등으로 가득찬 세상일 수 있다.

후쿠야마는 인간의 목적에 맞지 않는 기술의 진보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으며,국가권력이나 국제적 기구의 창설을 통해서라도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생명공학이 펼칠 미래와 예상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분석한다.

앞으로 우리사회를 이끌어갈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정치가나 정책관계자들이 과학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김주현 부원장 현대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