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17일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에게 회동을 제의함에 따라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두 사람간의 대좌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특히 노 당선자와 서 대표간의 회동이 성사될 경우 새정부와 야당간의 관계설정에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는 이날 오전 건강검진 등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중인 서 대표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노무현 입니다"라고 정중히 인사한 뒤 "한번 찾아뵙겠다"며 만나자는 뜻을 전했다고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늦었지만 축하합니다"라고 화답한 뒤 면담요청에 대해서는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월요일까지 병원에 있을 것같아서 퇴원한 후에 연락하시자"고 답했다. 두 사람간 회동가능성에 대해 박 대변인은 "서 대표는 대화에 응한다, 안한다는말은 안했고 월요일 이후 화.수요일까지 쉰 후 기회가 되면 못만날 이유는 없다고 했다"면서 "재검표가 진행되고 있어 여러가지를 감안해 대화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당선자와 야당 대표간 만남은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에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아쉽다"면서 "꼬여있는 정국현안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하고, 한나라당의 협조의지 등이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하며 단순히 만나서 밥이나 먹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만날 대상자에 대한 고려없이 일방적으로 제의해 월요일 이후 다시 통화하기로 했는데 대화를 제의했다고 언론에 알린 것은 신뢰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 대표의 한 측근도 "만나자는 데 안만난다고 하는 것도 웃기지만 재검표 문제와 현정권의 7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문제 등이 있어 회동제의를 수락할지는 신중히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흔쾌히 회동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재검표가 예정된 가운데 당대표가 노 당선자를 만나는데 부담이 따르는데다 향후 대북 4천억원 지원설,공적자금, 도청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제 요구를 강하게 제기하기 힘들어질수 있다는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정을 풀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한 상황에서 회동을 거부할 경우 `속좁은 정치를 계속하려는 게 아니냐'는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회동 자체를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관측이 우세하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주변 여건과 여론의 추이를 면밀히 살피며 회동의 시기와 방식, 내용 등을 신중하게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