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한.일 문화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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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로시 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이 최근 일본 국민들의 신경을 곤두세울 만한 발언을 두차례 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회견에서 '4대 금융그룹 중 두곳은 취약하다'며 국유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은행 주가가 급락하며 증시가 출렁거린 것은 물론이다.
궁지에 몰린 경제단체연합회측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해명했으나,FT는 '무슨 소리냐'고 정색을 했다.
오쿠다 회장은 기업과 정치인이 민감하게 여기는 '정치헌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정치헌금 알선을 재개하되,정당의 정책과 실적을 평가한 후 주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의 발언에 대한 반응만을 놓고 본다면 일본 사회는 한국인들이 납득키 어려운 문화적 차이를 드러낸다.
발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해당은행들은 피해를 입었지만,공식항의나 오쿠다 회장을 성토하는 집회는 눈에 띄지 않았다.
정치헌금 알선도 마찬가지다.
정책이나 실적을 따져 돈을 주겠다는 발언은 '돈으로 정치를 주무르겠다는 것이냐'는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정치권의 비난은 보이지 않았다.
오쿠다 회장의 발언이 '있을 수 있는 일'로 끝난 배경은 여러 갈래로 추측할 수 있다. 우선 인물 비중이다.
도요타자동차 회장을 겸직 중인 그의 인품이 신뢰와 존경으로 이어져 듣는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주목하고 싶은 건 '여유'와 '다양성'이다.
사실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와,불쾌한 말도 속으로 삼킨 후 자신의 의견에 보태는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돼 있음을 그의 발언은 보여준 것이다.
경제단체 한 임원의 외신 인터뷰 내용을 놓고 인수위와 공방전이 한창이라는 소식이다.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인수위 입장에서 본다면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기분이 잡치는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선거를 치른 한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 세대간 계층간 견해차가 커진 것으로 외신에 비쳐지고 있다.
오쿠다 회장의 발언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막을 내리고,오히려 FT와 연합회간의 입씨름으로 끝나고 만 선례가 생각나는 것은 우연의 일이 아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