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니아] 이경수 <코스맥스 대표> .. "만화책이 던져준 상상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CEO(최고경영자)들은 늘 책을 가까이 한다.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는 짧은 시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인 코스맥스의 이경수 대표(58)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책의 종류가 다르다.
그가 이동하는 동안 주로 읽는 것은 일반 경영서적이 아닌 만화책.
취재를 위해 그의 승용차에 함께 탑승했을 때는 '변호사 9단'이라는 만화책 더미가 뒷좌석 한 쪽에 수북히 쌓여 있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의협심 강한 변호사 이야기인데 오늘부터 막 읽기 시작했어요."
이 대표는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도 만화책의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다.
서울 사무실과 경기 화성공장, 거래처를 수시로 오가야 하는 그는 하루 2~3시간을 차 속에서 보내야 하는 날이 많다.
"보통 하루에 두 권에서 다섯 권은 봅니다. 그래도 한 시리즈가 적게는 10여권에서 많게는 50여권이나 되니 며칠은 읽어야 이야기 하나가 끝나지요."
이 대표의 '만화사랑'은 어려서 시작됐다.
'도깨비감투' '꺼벙이' '삼국지' '바람의 파이터' 등 웬만한 만화책은 두루 섭렵했다.
부모님 꾸중이 두려워 이불을 뒤집어 쓰고 만화책을 보기도 했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이탈리아 인터코스사와 제휴를 맺고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국제화에 나섰다.
해외출장이 잦아졌다.
"비행기를 탈 때면 여행가방에 경영서적 두어권과 만화책 뭉치는 반드시 챙겨 넣습니다. 지난해 9백여권은 읽었을 거예요. 물론 그동안 읽은 만화책을 모두 따져 보자면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이 대표가 좋아하는 것은 역경을 헤치고 승리를 쟁취하는 운동선수나 비리를 파헤쳐가는 경찰 등 의욕적이고 긍정적인 내용.
"현실에서는 불가능할지라도 만화가 안겨주는 상상력에 빠질 때면 어떤 힘든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갖게 된다"는게 그의 만화사랑 배경이다.
"'미스터 초밥왕'이라는 만화책은 국내 특급호텔의 임직원 교재로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초밥 하나에도 애정을 담는 장인정신과 인간성이 바탕이 된 직업윤리 등 많은 교훈을 담고 있지요. 이 만화를 읽으면서 저도 이런 장인정신으로 최고의 화장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지요."
그에게 만화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이 대표는 "만화책을 보면 상식과 창의력도 늘고 사업 아이디어도 찾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들로 '맛의 달인' '대사각의 요리사' '고스트 바둑왕' '피아노의 숲' 등을 추천했다.
동시에 만화 마니아에 대한 충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가장 큰 즐거움이 독서라면 만화 읽기는 그 즐거움의 일부로 여겨야 합니다. 만화책에만 심취하면 조급함이 느껴져 일반 서적을 읽기 힘들어집니다. 적당한 선에서 병행해야 하지요."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