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네바합의가 파기됐다면서 핵동결해제를 선언한 것은 전적으로 악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며, 미국이 먼저 합의를 위반했다고 여기고 부시 행정부의 핵 선제공격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9일 독일 일간 타게스 차이퉁이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북한 핵사태에 관해 국제언론이 만족할 만한 설명을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북.미 합의에 포함된 비공개 부속합의문이라는 본질적 정보가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제네바합의서에 서명하게 되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 비공개 합의서에 대해 당시 미국측 협상대표 로버트 갈루치는 그 존재 자체는 시인했으나 내용에대해서는 단지 "본 합의서에 부합되는 것"이라고만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당시 협상 참가 미국 대표들은 그러나 이 부속합의문에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이른바 `소극적(Negative) 안전 보장'이 포함돼 있다고 타게스 차이퉁에 전했다면서 당시 클린턴 정부는 북한에 핵무기 선제 사용 포기를 약속했다고 신문은 밝혔다. 또 양측은 부속합의문에서 "한반도 비핵화 추진을 위한 양국의 의지를 재차 확인"했으며, 이는 한반도에서 미군이 보유한 핵무기도 철수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데 이어 지난해 9월17일 발표한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에서 "북한이나 다른 `불량국가'들에 대해 필요시 `예방적차원'에서 핵무기를 투입하는 정책을 선언"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제네바 부속문서 합의가 더이상 효력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던 북한으로선 미국이 핵무기 선제사용 약속을 폐기한 것으로 평가했을 것으로 신문은 추정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제네바 부속문서에서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에 약속한 것들은`비공식적'인 것이며 국제법상 효력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클린턴 정부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것에도 구속되지 않음을 주장하고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그러나 유럽은 물론 많은 아시아 국가들도 이전 정부가 한 합의나 약속들이 비록 공개적으로 이뤄지거나 공식 서명 또는 의회 비준을 거친 것이 아닌 구두로 한것일찌라도 후속 정부에 의해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