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정부에 조흥은행 매각 연기를 요청키로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은행간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 유도'라는 현 정부의 방침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흥은행 매각 작업은 차기 정부로 넘어가면서 장기화될 전망이다. 정세균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9일 "10일 전윤철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만나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조흥은행을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신중하게 다루도록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는 조흥은행 매각을 일단 현 정부에 맡기되 헐값 매각 우려가 있을 경우 개입한다는 민주당의 당론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석 제2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도 "전 부총리를 같이 만나 은행 매각을 통한 대형화와 겸업화가 국내 은행산업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매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6일로 예정돼 있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공자위는 당초 이날 회의에서 신한금융지주회사를 조흥은행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도 "은행산업이 장기적으로 어떤 전망을 갖춰야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검토 후 은행 매각에 대한 새 정부의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며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정부 지분 조기 매각 방침도 전면 재검토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인수위의 이같은 방침은 헐값 매각 논란 속에서 조흥은행 매각을 강행할 경우 새 정부가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김효석 제2정조위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금융노조의 강력한 반발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조흥은행 매각이 국제입찰을 통해 진행돼온 만큼 연기할 경우 한국의 국제 신인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신한지주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가격을 최대한 올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한 뒤 본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정종호.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