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화증권 안창희 사장은 9일 올 상반기에 전환 증권사를 포함한 대형 증권사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올 상반기 중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 안 사장의 이날 발언은 증권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증권업계는 굿모닝신한증권의 출범과 건설증권의 자진청산 등 자율적인 구조조정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전문가들은 종합금융서비스를 지향하는 대형사 그룹과 특정업무에 특화된 중소형사 등으로 증권업계가 급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막오른 증권업계 구조조정=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이 예상외로 빨라지고 있다. 한화증권 안창희 사장은 취임 첫날인 이날 "금융상품 판매에 강점을 지닌 증권사 중 한 곳과 인수를 전제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가 M&A(인수합병) 방침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인수대상은 대우증권 등 대형사와 동양오리온투신증권 등 일부 전환증권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사장은 인수비용과 관련,"장부가가 1천억원인 한화증권 여의도빌딩과 보유유가증권을 매각하면 1천5백억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필요한 경우 증자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수협상이 구체적인 단계에 들어왔음을 시사한 셈이다. 어쨌든 한화증권이 다른 증권사를 인수,대형사 그룹에 진입할 경우 삼성 LG 현대 대신 등 대형사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 대우 등 대형증권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민은행 우리금융 등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한투 대투 등 전환증권사의 구조조정이 앞당겨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없이는 공멸=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과제로 받아들여진다. 사이버증권사의 점유율 확대와 증권사간 경쟁격화로 위탁수수료 위주의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증권사의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올 하반기 은행에서 보험영업을 할 수 있는 방카슈랑스제도가 도입되고 자산운용통합법이 시행되는 것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높여주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 3대축의 영역구분이 급격히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건설증권의 자진청산 방침은 중소형 증권사들에 향후 거취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SK증권 메리츠증권 서울증권 등은 합병파트너를 찾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LG 등 대형사들도 자산관리서비스와 기업금융부문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경쟁력제고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수입만으로는 경영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올해가 증권업계의 실질적인 구조조정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