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인수위가 배워야 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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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에 요청합니다." "의회에 촉구합니다." "의원들도 잘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7일 6천7백40억달러의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자주 쓴 표현이다.
부양대책을 조목조목 설명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의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경기부양책은 대부분 의회에서 법을 고치지 않으면 실현되기 힘든 내용들이어서 부시 대통령의 당부는 당연했다.
하지만 행정부의 발표가 곧바로 확정된 정책처럼 통하는 한국의 행정부 우위 관행에 젖어 있는 기자로선 당연한 요구가 오히려 신선하게 들렸다.
부시의 공화당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상·하 양원의 다수당을 차지했다.
행정부와 공화당이 힘을 합치면 웬만한 법안은 쉽게 처리할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부시 대통령은 의회에 협조를 당부하고,한편으로는 동의를 촉구하는 '당연한' 의회중시 관행을 잊지 않았다.
언론의 보도태도 역시 의회중시 풍토를 잘 보여줬다.
케이블 TV인 CNN은 부양대책 내용 못지않게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반박을 비중있게 전했다.
부시가 제안한 경기부양책이 의회에서 어떻게 바뀔지 국민들이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편집방향이었다.
법을 제정하거나 고치는 권한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갖고 있다.
이같은 기본 정신에 따라 미국에서는 주요 법안을 의원들이 제안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대부분의 법안을 행정부가 발의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요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노무현 새 정부가 추진할 정책들을 의욕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인수위원들의 입을 통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정책들이 국민들을 헷갈리게 할 정도다.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거나 고쳐야만 실행될 수 있는 설익은 정책들이 대부분인데도,이미 정해진 것처럼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새 정부는 인수위의 구상을 정부 정책으로 확정하더라도 입법과정에서 여소야대의 한계를 극복해야만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다수당의 유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의회의 협조와 당부를 간청하는 미 행정부의 정책추진 관행을 한번쯤 생각했으면 한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