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초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밸리초등학교. "자기가 제일 잘하는 것을 말해 보세요." 경제교육 담당교사인 존 한센씨(46)의 질문에 이 학교 4학년 학생들이 책상 위로 올라갈 자세로 갖가지 대답을 경쟁하듯 쏟아냈다. "게임요." "노래요." "농구요." "수다떠는 거요."… 빙긋이 웃으며 아이들의 답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존이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러면 그 중에서 남에게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건 어떤 것이 있을까?" 약간 당황한 빛을 보이던 아이들이 곧 각자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풀어냈다. "게임프로그래머가 되지요." "가수가 돼서 콘서트를 할 거예요." "NBA에 진출하겠어요."…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저마다 하나씩 늘어놓았다. 수다 떠는게 장점이라는 친구는 "오프라 윈프리(유명 토크쇼 진행자)가 되겠다"는 절묘한 답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게임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올리버 처칠(10)의 생각은 야심차다.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같은 사람이 되겠어요. 나처럼 컴퓨터를 좋아했잖아요. 나도 게임프로그래머가 돼서 빌처럼 큰 부자가 될거예요." 곧 이어 학생들은 지난주 주어졌던 숙제를 책상 위에 하나씩 풀어 놓았다. 신문에서 마음에 드는 직업이 언급된 기사를 찾아 하나씩 모아온 것들이다. 소방관에서부터 펀드매니저까지 신문 스크랩에 올라 있는 직업들은 무척 다양했다. 직업을 놓고 나머지 시간동안 교사와 학생간에 또 다시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다. 이날 한 시간동안 진행된 수업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기 위한 과정일까. "오늘 수업의 목표는 '직업'과 '고용시장'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몇 가지 직업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을 차례로 모셔와 실제 비즈니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들려줄 생각입니다." 이번 학기부터 이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한센씨의 진짜 직업은 교사가 아닌 엔지니어. 미국 최대기업 GE의 의료기기 관련 자회사인 'GE메디컬'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는 그는 매주 한 시간씩 이 학교로 나와 학생들을 지도한다. 이처럼 각종 산업 종사자들이 학교에 나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미국 경제교육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이다. 존은 '데카(DECA)'라는 비영리교육단체의 자원봉사자. 데카 JA(Junior Achievement) 등 미국 경제교육단체에는 변호사 은행원 사업가 회계사 언론인 주부 대학생 등 각계각층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1회성 교사가 아니다. 한 학기동안 학생들을 맡아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시간 동안은 담임교사도 학생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토론에 참여한다. DECA의 에드 데이비스 이사장은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경제교육은 청소년 각자가 자기의 꿈을 설계하고 이뤄 나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솔트레이크시티(유타주)=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