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나 있음직한 이야기일까. 아이들의 아르바이트가 '큰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 대형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샐러드 드레싱 '푸드 프롬 더 후드(Food from the Hood)'. '불량청소년들의 식품' 쯤으로 옮겨질 '푸드 프롬 더 후드'는 LA 웨스트사이드에 있는 크렌쇼고등학교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식품회사다. 14∼18세 학생들이 참여하는 교내 '기업가 프로그램(entrepreneur program)'이 주체. 학생들은 손수 가꾼 각종 무공해 야채를 지역내 슈퍼마켓에서 판다. 직접 개발한 샐러드드레싱은 랄프(Ralph)나 반스(Vons) 같은 대형 슈퍼마켓 체인을 통해 전국 2천여 매장에서 판매된다. 매출의 절반은 사업자금으로 투자된다. 나머지는 학생들이 일해서 쌓은 포인트에 따라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푸드…후드'는 미국에서 학생들이 경영하는 기업 가운데 성공사례로 첫손에 꼽힌다. 만 10년을 맞은 지난해 매출은 25만달러(우리 돈 약 3억원). 학생이 일으킨 비즈니스중 가장 장수했고 매출도 제일 많다. 이 회사의 출발은 LA 폭동이 있었던 지난 92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다운타운에 있던 크렌쇼고교도 폭동의 광풍으로 피폐해졌다. 얼마 후. 데이드 포몬드를 비롯한 몇몇 학생들이 생물교사와 함께 10월초부터 학교 운동장 뒤편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첫 수확을 지역내 자선 재단에 기부한 이들은 93년 7월 동네 슈퍼마켓에 야채를 처음으로 팔았다. 본격적 비즈니스는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면서부터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탄생한 샐러드 드레싱은 LA재건위원회의 도움으로 상품화됐다. 유수 샐러드 브랜드인 '번스타인 샐러드'의 노리스 번스타인 회장이 자발적으로 경영 자문에 나서기도 했다. 지금은 전문경영인을 고용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직접 파이낸싱, 마케팅, 유통 같은 모든 경영 과정에 참여한다. 제품 디자인, 개발, 경작, 수확은 물론 유통업자들과 만나 가격을 흥정하는 것도 학생들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지난해에는 터전을 학교 뒤뜰에서 인근 대규모 농업단지로 옮겼다. 청소년창업교육단체인 NFTE의 스티브 매리어티 회장은 "저소득층은 좀처럼 창업이나 경영 기회를 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크렌쇼의 성공은 주목할 만하다"며 "학생들은 실무와 이론이 연계된 비즈니스 경험을 통해 팀워크, 협상기술, 전략적 사고같은 비즈니스 마인드를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로스앤젤레스=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