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大변혁] 2030세대 "필요하면 비싸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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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소비 문화와 패턴을 송두리째 바꿀 기세다.
이 변화의 바람은 이른바 2030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월드컵 대통령선거 등 국가 대사(大事)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소비시장에서도 확실한 주도세력으로 떠올랐다.
2030세대의 선봉에는 한국의 신인류로 불리는 코보스(KOBOS, 코리안 보보스)가 서 있다.
코보스는 미국의 젊은 상류층 보보스와 구별되는 소비 행태를 보여 눈길을 끈다.
2030에 버금가는 또다른 동력은 디지털과 온라인.
아날로그와 오프라인 시장을 급속히 대체해 가고 있다.
사무실에서 팩스가 사라지고 이메일이 보편화되고 있는게 단적인 사례다.
90년대 중반 선보인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은 7~8년이란 짧은 기간에 급팽창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과 재래시장을 양대 축으로 성장해온 소매시장은 온라인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
디지털은 이제 상품 영역을 뛰어넘어 생활문화 양식으로 자리잡았다.
'2030세대'와 '디지털+온라인' 외에 올해 강력한 빛을 발할 소비시장의 키워드로는 키즈(KIDS) 테이크아웃 주5일 근무 24시간 쇼핑시대 등을 꼽을 수 있다.
2030+코보스
2030세대는 약 1천만명.
전체 경제활동인구 3천6백만명의 4분의 1을 넘는다.
4050세대나 실버세대가 보수적 소비성향을 보이는데 비해 이들의 소비 성향은 매우 대담하다.
일단 소득에 비해 씀씀이가 큰 편이다.
이들은 '꼭 필요한 것이라면 다소 지출이 많더라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수입명품에 대한 선호가 이런 경향을 잘 말해준다.
이들에겐 맹목적인 애국심 마케팅이 먹히지 않는다.
이들은 신용카드나 이동통신 시장을 좌우하는 핵심고객으로 군림하고 있다.
디지털이 아날로그 시장을 대체하고 온라인이 오프라인 시장을 잠식하는 데는 이들의 구매력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는 특히 30대 전체가 처음으로 특정 세대로 불리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뉴서티(New Thirty)'가 바로 30대에 붙여진 새 이름이다.
코보스도 바로 이 뉴서티에 속하는 소비그룹이라고 볼 수 있다.
뉴서티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실험무대에 올리고 있다.
DIY(Do It Yourself, 자가 조립) 상품의 출현은 이런 실험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홈데포나 일본의 도큐핸즈가 불황 속에서도 건재하는 것은 바로 DIY가 각광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꼬르동 불르' 한국 분교에는 수백만원의 수강료를 지불하고 입학하려는 30대 코보스들이 줄을 이었다.
물론 코보스가 무조건 고가상품만 찾는 것은 아니다.
수입명품, 외제차를 좋아하지만 동대문시장도 들르고 해장국도 즐겨 먹는다.
이런 점에서 귀족지향족도, 졸부도 아닌 '깨인 소비계층'이다.
디지털+온라인
올해 이동통신 시장에서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은 카메라 폰과 결합된 포토 메일이나 동영상 메일 서비스이다.
카메라가 부착된 휴대폰을 이용해 찍은 사진을 휴대폰 데이터 전송 시스템을 통해 상대방에게 보내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스마트 단말기들도 덩달아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함께 고기능 PDA(개인정보단말기) 시장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PDA에 이동전화, 무선 LAN 서비스, MP3 플레이어, 보이스 레코더, 카메라 기능 등이 결합하면서 노트북 못지않은 강력한 기능을 가지게 됐다.
디지털 사회는 이처럼 소비시장의 모습을 온통 바꿔 놓고 있다.
온라인 유통시장은 새해도 '질주'를 예고하고 있다.
바뀐 소비 흐름이 온라인의 질주를 뒷받침하는 동인이다.
이에따라 인터넷쇼핑몰은 50%가 넘는 고성장이 예상된다.
TV홈쇼핑의 경우 성장률은 30%대로 낮아지겠지만 전체 시장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노은정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장은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파는 상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가면서 온라인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테이크 아웃 열풍
테이크 아웃 문화를 이끌어낸건 10.20대 젊은 층이다.
걸으면서 먹고, 얘기하면서 마시는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낳은 산물이 바로 테이크 아웃 열풍이다.
이 열풍은 백화점, 할인점, 외식점 등 크고 작은 매장의 모습을 숨가쁘게 바꿀 전망이다.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지하 1층의 '델리존'이란 먹거리 매장에서 한.중.일식 모두 테이크 아웃이 가능한 형태로 먹거리를 팔고 있다.
이 매장은 하루종일 신세대와 미시주부들로 붐빈다.
창업시장에선 테이크 아웃 열기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돼 올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에서 출발한 테이크 아웃 판매방식은 외식업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될 조짐이다.
아이스크림 버블티 샌드위치 핫도그는 물론 비빔밥 칼국수까지 테이크 아웃이 기본 판매방식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미니점포들이 이 열풍의 최대 수혜자다.
주5일 근무제
주5일제 근무제 확산에 따라 소비자들의 관심이 레저, 여행 등 문화상품으로 쏠리고 있다.
이에따라 주말에 여유있게 전원의 향취를 맛볼 수 있는 펜션들이 휴양지를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스포츠용품 시장이 들썩거리는 것도 주5일 근무제와 무관치 않다.
주5일 근무가 정착된 선진국에서도 근무제 변화는 소비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업종이 고개를 내민 것은 물론이다.
일본에서는 애견전문점, 허브용품 전문점, DIY(조립상품) 전문점 등이 주5일 근무와 함께 주거지 주변에 속속 들어섰다.
키즈(KIDS)
키즈의 영향력은 전 세계적으로 막강하다.
한 자녀 낳기를 정책적으로 강요하는 중국의 경우 키즈는 소황제(少皇帝)로까지 불린다.
일본에서는 '식스포켓 효과'라는 말도 나왔다.
장수하는 노인이 많은 이 나라에서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등 여섯사람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어린이에게로 간다는 뜻이다.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키즈는 마지막 남은 황금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린 자녀들에 대한 사고방지와 연락을 위해 맞벌이 부부들의 서비스 니즈가 커지고 있다는 것.
한 이동통신회사는 GPS(위성추적장치) 시스템을 활용하고 자녀.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들어가 올 3월에 선보이기로 했다.
24시간 쇼핑
저녁식사후 가족과 함께 할인점을 찾거나 새벽에 홈쇼핑을 즐기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지난 99년 37%였던 저녁시간대(오후 6~10시) 매출 비중이 올해 45%로 높아졌다.
홈쇼핑에서는 주문이 몰리는 '골든타임'이 종전 오전 10시~오후 3시에서 현재 오후 9시~밤 12시로 바뀌었다.
인터넷몰도 심야시간대(밤 10시~새벽 6시) 매출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